이통사 영업정지에 스마트폰 제조사 '된서리'

by박철근 기자
2014.03.10 14:05:48

삼성 갤럭시S5 국내출시 연기 검토·베가아이언2도 일정 변경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오는 13일부터 SK텔레콤(017670)(KT),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가 각각 45일간 영업정지에 들어가면서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불똥이 튀었다.

당초 예정했던 국내 출시 시점이 이통사 영업정지 기간과 맞물리면서 출시시기 변경을 두고 고민에 빠졌기 때문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팬택은 올해 첫 스마트폰 신제품 ‘베가 아이언2’를 5월 초에 출시할 예정이다. 당초 내달 초 출시 예정이었지만 이통사 영업정지로 인해 출시 시점을 한 달 정도 늦춘 셈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7일 이동통신 3사에 대해 오는 13일부터 순차적으로 신규가입과 기기변경을 포함한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국내 최대 이통사인 SKT는 내달 5일부터 5월 19일까지, KT는 오는 13일부터 내달 26일까지, LG유플러스는 13일부터 내달 4일까지 그리고 내달 27일부터 5월 18일까지 영업을 할 수 없다. 결국 5월 하순이 돼야 이통3사의 영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이에 따라 제조사들은 가입자 수가 가장 많은 SKT를 중심으로 신제품 출시시기를 조율할 수밖에 없다.



제조사 가운데 가장 타격이 심한 곳은 팬택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한 이후로 국내 시장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후 조금씩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지만 이통 3사의 영업정지라는 암초를 만나게 된 셈이다. 팬택 관계자는 “이통사의 불법 보조금을 징계하려는 영업정지가 오히려 우리 회사에 더 큰 타격을 주게됐다”고 전했다.

세계 스마트폰 1위 기업 삼성전자(005930)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5를 4월 11일에 세계 150개국에 판매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날은 SKT와 KT가 영업정지 기간 중으로, 양사의 시장 점유율 합계가 80%가 넘는 점을 고려하면 고객이 없는 시장에 신제품을 출시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국내 매출 비중은 5%에 불과하다”면서도 “갤S5에 사활을 걸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국내 시장에서도 신제품 효과가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도 국내 출시일 조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 출시일에 관해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없다”며 “국내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 출시일 변경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처럼 국내 제조사들이 이통사 영업정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신제품 효과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통상 신제품 출시 후 2주 후의 판매량이 전체 판매량의 판도를 결정짓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규 가입이나 기기변경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신제품을 출시하게 되면 신제품 효과를 얻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