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 사업구조개편 가속화(상보)

by박철근 기자
2013.11.04 14:03:47

급식 전문회사 설립·건물관리 사업 에스원에 매각
그룹 지주회사 에버랜드 역할에 관심 쏠려

[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박철근 기자] 삼성그룹의 후계 구도를 위한 교통정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재계에서는 지난 9월 23일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으로부터 패션사업 부문을 1조500억원에 인수키로 결정한 것을 신호탄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앞으로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가 4일 이사회를 열고 급식·식자재 유통 사업을 담당할 회사를 설립하고, 건물관리 사업을 그룹 계열사인 에스원(012750)에 4800억원에 양도키로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앞서 9월 27일에는 삼성SDS는 삼성SNS를 신주 교부 방식으로 흡수합병키로 하고, 연내 합병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으로부터 패션사업을 인수하게 되면서 디자인·콘텐츠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면서 연관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라며 “패션사업 인수와 바이오사업 등 신수종 사업 투자에 따른 투자 여력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최근 사업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면서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사업구조 개편은 경영권 승계 위한 정지작업?

삼성그룹은 최근 잇달아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9월부터 불과 한달 보름 사이에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인수, △삼성SDS의 삼성SNS 흡수합병, △ 삼성디스플레이의 미국 코닝 최대주주 등극, △삼성에버랜드 급식·식자재 사업 에스원 양도 등 굵직굵직한 계열사 간 사업 구조재편을 동시 다발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001300) 부사장 등 이건희 회장 세 자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에버랜드(올해 반기보고서 기준)는 이 부회장이 25.10%의 지분을 가진 1대 주주이며, 이 사장과 이 부사장이 각각 8.3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SDS도 개인주주로는 이 부회장이 8.81%의 지분율로 가장 많고, 이 사장과 이 부사장이 각각 4.18%의 지분을 가진 개인 2대 주주이다.

특히 삼성SDS가 삼성SNS와 합병을 할 경우 이 부회장의 삼성SDS의 지분율은 더 높아진다. 삼성SNS의 구주를 삼성SDS 신주로 보상해줘야 하기 때문에 삼성SNS의 지분 45.69%를 갖고있는 이 부회장은 234만주의 삼성SDS 신주를 받아 지분율이 11.25%까지 올라간다.

결국 삼성 계열사의 사업구조 개편은 효율적 사업전개라는 표면적인 목적 외에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선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삼성 계열사의 사업구조 개편은 지배구조 변환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이 강하다”며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사업구조 개편을 확고히 한 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변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사업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한 구조개편”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삼성 사업구조 개편 다음 순서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등 비상장 계열사의 사업구조 개편이 나타난 가운데 향후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이 일어날 계열사들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유력한 곳으로 점쳐지는 곳은 바로 건설부문이다. 현재 삼성그룹의 건설관련 사업은 삼성에버랜드, 삼성물산(000830), 삼성중공업(010140), 삼성엔지니어링(028050) 등에서 하고 있다.

삼성그룹 내 건설사업의 통합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은 증권가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됐지만, 삼성그룹은 이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잇달아 매입하면서 이같은 전망이 탄력을 받고 있다.

현재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은 2.30%에 불과하다. 하지만 올해 7월까지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보유지분이 없었다. 불과 석 달 사이에 91만여주를 매입한 것.

증권가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거나 양사가 합병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매수청구권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분 매입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이부진 사장이 중심에 있는 화학계열사간 합병 얘기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삼성정밀화학(004000)이 삼성석유화학과 합병설을 공식 부인했지만 삼성 그룹 내에 화학 계열사(삼성정밀화학, 삼성석유화학, 삼성토탈, 삼성BP화학)가 지나치게 많은 점은 꾸준히 유화계열사간 합병설이 나오게 되는 배경으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 때문에 삼성그룹 전체 실적이 좋아보이는 착시효과가 있다”며 “사업구조개편의 기본이 중복사업 정리와 통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사업구조개편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삼성에버랜드, 지주회사 위상 유지 속 외형 확대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인수와 급식·식자재 유통 사업 분리 및 건물관리사업 매각으로 외형이 늘어나게 된다. 에버랜드의 위상이 한층 강화되는 셈이다.

올해 상반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번에 매각키로 한 건물관리 사업 매출규모는 삼성에버랜드 전체 매출(1조5304억원)의 10.3%인 1577억원이다. 급식과 식자재 유통을 담당하는 FC부문(6930억원)과 합하면 8507억원의 매출이 줄어든다. 하지만 제일모직으로부터 인수한 패션사업부문의 올 상반기 매출(9564억원)을 감안하면 전체 매출이 약 1000억원 이상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급식과 식자재 유통을 담당할 삼성웰라이프(가칭)의 연결실적이 더해지면 삼성에버랜드의 회사 규모는 더욱 커지게 된다.

또 사업구조 개편으로 삼성그룹 내 지주회사 역할에도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 세 자녀의 지분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 자녀의 역할 변화는 장담하기 어렵다. 패션사업부문이 에버랜드로 넘어감에 따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현재 에버랜드의 경영전략담당 사장을 맡고 있는 언니 이부진 사장과 한 지붕 아래에서 경영을 해야하는 상황이 된다.

재계 관계자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구조 개편과 연말 인사가 향후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계열분리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