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인사태풍 몰아치나

by문승관 기자
2006.12.21 17:39:06

실적악화 등에 따른 문책성인사 이어질 듯
임원인사·조직개편 통해 분위기전환 노려

[이데일리 문승관기자] 최근 보험사들이 `때이른` 대규모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특히 흥국생명과 LIG손해보험 등은 사장을 전격 교체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를 실시하고 있다.

실적악화 등에 따른 문책성 인사지만 내년 보험시장 변화를 앞두고 분위기 전환용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LIG손보는 21일 정기인사를 통해 김우진 재경본부 총괄 부사장을 새 사장으로 내정했다. LIG손보는 이달 중 이사회를 열어 김우진 신임사장 내정자를 정식 선임할 예정이다. 공식 취임은 내년 1월2일이다. 이기영 사장은 고문직으로 물러난다.

LIG손보가 김우진 부사장 카드를 꺼내든 것은 실적악화 때문이다. 이기영 사장이 내년 6월10일 임기만료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장교체는 이른 감이 있지만 새해를 앞두고 새 사장을 선임해 내부분위기를 다 잡고 실적악화를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월말 현재 LIG손보는 4억17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적자전환했다. 전년동기 474억5700만원의 당기순익을 감안할 때 약 500억원 가까이 순익이 줄어든 셈이다. 손해율(자동차, 장기, 일반)도 81.59%로 지난해 78.10%보다 3.49%포인트 상승했다.

보험업계에서는 LIG손보가 손해율 악화와 적자해소를 위해 그동안 노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적자폭이 더욱 커지는 등 실적악화 등으로 인해 이기영 사장과 임원들에 대해 문책성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이 전부터 자동차손해율 상승과 적자확대 등 실적 악화로 LIG손보의 대규모 임원인사설이 돌았다"며 "연말에 인사를 단행한 것은 새해를 앞두고 새 출발하자는 분위기 전환용으로 해석할 수있다"고 말했다.

LIG손보는 신임사장 선임과 함께 임원급 10명에 대한 승진과 이동, 보직변경 인사를 단행했다. 또 상위 조직을 현행 4총괄, 1재경본부 체제에서 대표이사 및 지원총괄, 법인영업총괄, 개인영업총괄 체제로 개편했다.

방카슈랑스본부와 고객지원담당이 신설됐고, 재무기획담당과 융자담당을 자산운용담당으로 일원화했다. 이번 개편으로 임원조직은 총 35개에서 29개로, 부서조직은 총 152개에서 142개로 줄어들었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LIG손보는 기획기능을 강화하고 유사기능 통폐합해 조직을 쇄신 시키겟다는 각오다. 무엇보다 CS자보담당과 보상담당이 통합된 `자보보상담당`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편제해 손해율 관리 기능을 대폭 강화한 것이 두드러진다.

민원을 줄이기 위한 고객지원담당을 신설했고, 재무기획담당과 융자담당을 자산운용담당으로 일원화 해 투자영업이익을 늘리고 보험영업손실을 만회하는데 주력키로 했다.


흥국생명도 유석기 부회장을 새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내정했다. 이달 22일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정식 선임된다. 김성태 사장은 고문역으로 자리를 옮긴다.

흥국생명이 유석기 부회장을 다시 선택한 이유는 `흥국금융그룹`의 초석을 마련할 인물로 유 부회장 만한 사람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실적도 정체상태고 금융감독원 민원평가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회사 안팎으로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9월말 현재 흥국생명의 당기순이익은 339억6800만원으로 전년동기(353억1100만원)대비 4%가까이 줄었다.

또 지난 9월 금감원이 발표한 상반기 금융회사별 민원발생 평가`에서 씨티은행·에이스화재 등과 함께 5등급 `불량`판정을 받았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도 민원평가 결과를 두고 김성태 사장을 비롯한 전 임원들에게 `불호령`을 내리고 대책마련을 지시한 바 있다.

흥국생명은 "금융계열사간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금융그룹화를 위한 경영성과를 한단계 높이기 위해 유석기 부회장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내정했다"고 선임배경을 분명히 밝혔다.

따라서 유석기 부회장의 경영 복귀로 일부 임원진과 조직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원교체와 조직개편을 통해 흥국금융그룹 중심의 사업확장과 해외시장 개척, 신규 CI도입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보험사 CEO의 임기만료가 잇따라 예정돼 있어 인사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생명과 교보생명은 일찌감치 유임을 확정지었지만 대부분 보험사들은 사장 교체가 잇따를 전망이어서 연임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한화재 이준호 사장, 현대해상 하종선 사장, 코리안리 박종원 사장, 동부화재 김순환 사장, 서울보증 정기홍 사장, 신한생명 한동우 사장, 김태언 제일화재 영업부문 대표(부사장), 손해보험협회 안공혁 회장 등이 내년 임기가 만료된다.

론스타 로비 의혹으로 구속수감 중인 하종선 현대해상 사장의 교체가 확실시 되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CEO들도 연임에 변수들이 있어 연임성공 여부를 점치기 힘들다.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은 네번째 연임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박 사장은 지난 8년간 수입보험료 기준 연평균 13.4%씩 성장했고 취임 당시 600원대에 불과하던 주가는 올 4월 1만2600원까지 치솟았다.

특히 지난 6일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인 S&P사로부터 `A-` 등급을 획득하는등 코리안리를 글로벌 재보험사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기홍 서울보증보험 사장의 임기도 내년 4월 만료되는데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며 서울보증보험을 우량금융기관으로 변모시킨 주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올들어 터진 상품권 대란의 여파가 연임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순환 동부화재 사장도 내년 4월이면 3년의 임기가 만료된다. 주가 상승 등으로 주주들의 신임이 두터운 점을 감안하면 연임이 무난할 전망이다.

2002년부터 신한생명의 `수장`을 맡아온 한동우 사장도 내년 4월 공식 임기가 만료된다. 신상훈 신한은행장, 홍성균 신한카드 사장과 같은 연배인 한 사장은 신한은행에서 잔뼈가 굵고 이번 지주 인사에서도 제외돼 또 다른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년에 연임될 가능성이 높은 CEO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새 CEO선임이 잇따를 전망"이라며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임원들의 인사도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