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장 "하마스 공격 이유없는 것 아냐"…이 "사퇴하라" 반발
by박종화 기자
2023.10.25 10:50:49
이 대사 "대량학살에 동조적 사무총장, 유엔 이끌기에 부적합"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이스라엘이 자국의 대(對) 팔레스타인 정책을 비판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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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대사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어린이와 여성·노인에 대한 대량 학살에 동조적인 사무총장은 유엔을 이끌기에 부적합하다”며 “나는 즉시 사임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 시민과 유대인에 대한 가장 끔찍한 잔학행위에 동정심을 보이는 사람과 대화하는 건 의미가 없고 정당화될 수도 없다”고 했다.
길라드 대사가 문제를 삼은 건 이날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유엔 안보보장이사회에서 한 발언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의 (이스라엘) 공격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일어난 게 아니라는 것도 인식해야 한다”며 “팔레스타인인은 56년 동안 숨막히는 점령을 겪었다. 그들은 자신들 땅이 유대인 정착촌(건설)에 의해 파괴되는 걸 목격했고 폭력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국민의 불만이 하마스의 끔찍한 공격을 정당화할 수 없다”면서도 “끔찍한 공격은 팔레스타인 국민에 대한 집단적 처벌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도 비판했다. 하마스를 규탄하면서도 유대인 정착촌 건설 강행,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봉쇄 등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강압적 정책을 함께 비판한 말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봉쇄·공습을 향해 ‘명백한 국제인도법 위반’이라고도 꼬집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 발언에 이스라엘은 강하게 항의했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구테흐스 사무총장과의 회담을 취소하며 그를 비판했다. 이스라엘 제2야당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을 ‘테러 옹호자’라고 성토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아직 이스라엘 비판에 대해 반응하지 않고 있다. 다만 그는 안보리 회의 후 “폭력이 확산해 더 많은 생명을 앗아가기 전에 모두가 벼랑 끝에서 물러날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날은 유엔이 창설된 지 78주년 되는 ‘유엔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