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나눠먹기·뿌려주기 R&D' 바꾼다…"출연연 통폐합 검토"(종합)

by경계영 기자
2023.08.16 14:08:41

정부 R&D 비효율 혁파 실무 당정협의회
R&D통합시스템 구축·출연연 통폐합 추진
이달 중 제도 개선책·R&D예산 조정안 발표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1. 한 부처가 발주한 소규모 건축물의 소비에너지 최적화 기술 개발 과제 기획을 수행한 A협회는 추후 과제 주관 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

2. 또 다른 부처가 발주한 사회적경제혁신성장 연구개발(R&D) 사업에서 B업체는 가구제조업으로 등록돼있는데 표고버섯과 편백나무 수피 추출물을 활용한 친환경 기능성 화장품 개발 과제를 수행했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16일 정부 R&D 카르텔과 비효율을 혁파에 팔을 걷어붙였다. ‘나눠먹기’ ‘뿌려주기’식 R&D사업을 구조조정하고 정부 출연 연구기관을 쇄신하는 등 제도적 개선 방안을 이달 중 내놓기로 했다.

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정부 R&D 비효율 혁파 대책 실무 당정 협의회를 열고 이같이 논의했다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이 발표했다. 박성중 의원은 “기술 패권 시대에 세계가 전쟁 중인데 카르텔이 우리 발목을 잡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혁파 의지를 분명히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오른쪽 두번째)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부 R&D 비효율성 혁파를 위한 실무 당정 협의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 의원은 “과학기술 발전에 독소적 요소인 R&D 카르텔과 비효율을 혁파하기 위해 특정집단의 기득권적 사업, 경쟁력 없는 단순 보조 형식의 지원 사업, 경쟁률이 현저히 낮은 사업, 뿌려주기식 사업은 과감하게 구조조정하고 카르텔적 사업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제도적 혁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정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R&D 예산이 20조원대에서 30조원대로 10조원 정도 늘어나는 동안 비효율과 카르텔이 늘었다고 진단했다. 박성중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4년 동안 R&D 예산 10조원 이상 대폭 증가한 결과, 과제 수가 7만5000개(2021년 기준)로 폭증했고 여러 R&D 관리 시스템 부실, 온정주의 평가, R&D 전반의 비효율까지 더해져 카르텔로 볼 수 있는 사례가 많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5~2019년 R&D 정책자금은 15번 이상 중복 지원 받은 기업은 106개로 조사됐다. 특정 업체가 같은 연도에만 ‘중소기업 상용화 기술 개발’ ‘기술성과활용촉진’ ‘중소기업 기술 혁신 개발’ 등 비슷한 내용으로 과제 11개를 동시에 수행한 사례도 적발됐다.

당정은 과제를 기획한 당사자나 유관단체가 해당 과제를 가져가거나 기업에 뿌려주기 식 R&D, 비슷한 비슷한 주제로 10여개 과제를 타내는 눈 먼 R&D를 배제하겠다는 방침이다. 0.4%에 불과한 국제공동연구에 대해선 글로벌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의 공동 연구로 방향을 바꿔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부처 간 R&D 과제를 통합하는 시스템 ‘아이리스’가 구축된다. 40여개 부·처·청이 동시에 R&D를 발주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비효율을 막고 부처 간 칸막이를 낮추려는 취지다. 컨트롤타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뿐 아니라 정부 출연 연구기관(출연연)을 통폐합하는 방안도 검토될 예정이다. 박 의원은 “국가 연구기관 간 통폐합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연구기관 간 유사 기능이 있으니 이를 조정하고 나눠 통폐합하겠다는 것으로 지금부터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 역시 모두발언에서 출연연을 국가 임무 중심형 전문기관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경쟁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출연연에 대한 예산 삭감을 두고 과학계와 야당에서 우려를 제기하는 데 대해 박 의원은 “만일 지난해 예산이 지출되지 않고 그대로거나 사업이 집행되지 않았다면 삭감하고 정상 집행된 예산에 대해선 거의 삭감하지 않을 것”이라며 “필요한 부분은 더 증액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이날 논의한 내용 등을 반영해 이달 중 R&D 비효율 혁파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과 2024년도 R&D 예산 배분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