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박원순 성추행 피소 후 사망’ 1년…무엇이 달라졌나
by이소현 기자
2021.07.12 11:07:02
13일부터 성폭력방지법 개정안 시행…발생 즉시 통보
"법 개정뿐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는 구조 중요"
"직장 내 성범죄, 개인 아닌 조직 문제로 인식해야"
[이데일리 이소현 조민정 기자] 지난 9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1주기 추모제가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조촐하게 열렸다. 박 전 시장은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다음 날인 2020년 7월 9일,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으며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했던 그의 성추행 피소 사실과, 이어진 극단적 선택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달라졌을까. 박 전 시장의 죽음을 놓고 지지자와 피해자를 지원하는 여성·시민단체의 입장 충돌은 여전히 팽팽하다. 지난달 성추행 피해를 당한 공군 여성 부사관이 사망하는 등 직장 내 성폭력 문제도 지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뿐 아니라 개인이 아닌 조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소희 한국여성민우회 소장은 “지금까지 성폭력 사건이 보고되지 않아서 문제가 된 건 아니었다”며 “충분히 알려졌음에도 해결하지 않으려는 내부 분위기와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도가 있지만 작동하지 않은 게 문제였기 때문에 법 개정도 중요하지만 원래 있는 제도가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전 시장 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성범죄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진희 성범죄피해전담 국선변호사는 “박 전 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건과 같은 직장 내 성폭력 사건 사례가 보도되는 것을 보고 ‘이런 형량을 받는구나’, ‘나도 조심해야지’라고 조심하게 되는 경향은 있다”며 “일부 반발의 목소리도 있긴 하지만 사회 인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직장 내 성범죄를 개인이 아닌 조직의 문제로 인식하는 변화와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소장은 “성폭력을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여기는 인식 속에서 조직적으로 은폐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기업 여성 임원 비율을 늘리거나 책임자부터 인식을 바꾸는 등 구성원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경영 방침에 녹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 변호사는 “직장 내 성범죄는 대부분 어린 시절 성평등 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4050세대가 주로 저지르고 있다”며 “가치관, 통념을 바꾸는 인식 개선은 어릴 때부터 관련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인권 의식 교육이 이뤄지고 있어 20대를 대상으로 양성평등 인식을 조사하면 40~50대와 차이가 크다”며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직장 내에서 평생교육으로 갈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울러 직장 내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사각지대’ 해결도 숙제로 남았다. 신 변호사는 “성희롱 예방, 성평등 인식교육 등을 직장 내에서 필수로 하는데 5인 미만 직장은 예외로 교육이 부재하다”며 “5인 미만 직장이라고 해서 직장 내 성폭력이 없는 건 아니므로 사각지대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