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연합뉴스 기자
2014.01.10 18:48:57
질병관리본부 “음식점 노로 바이러스 감염장소로 추정”
춘천시 “잠복기 안 맞아…감염 상태로 입국 가능”
(춘천=연합뉴스) 최근 집단으로 노로 바이러스(Noro virus)에 감염된 외국인 관광객들이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의 한 고깃집을 거쳐 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감염경로를 둘러싼 질병관리본부와 지자체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10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이달 5일 사이 입국한 대만과 홍콩 관광객 총 500명 가운데 16명이 복통과 설사 증세를 보여 보건당국이 역학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인 300명이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만 관광객들은 16개 단체로 나뉘어 차례로 입국해 부천, 춘천, 수원, 인천, 용인 등을 여행했다.
홍콩 관광객 2개 단체 역시 서로 다른 일정으로 평창, 양양, 속초, 춘천, 서울 등을 여행했다.
이들 18개 단체의 여행 경로가 겹친 유일한 곳이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에 있는 한 고깃집이다.
이 식당에서 관광객 일부는 돼지갈비를, 일부는 닭갈비와 다른 음식을 먹었다.
조사결과 이 식당의 음식과 지하수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으나 식당 직원 중 계산원 1명이 감염자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식당을 감염장소로 보고 강원도 보건당국에 해당 사실을 통보, 행정 조치하도록 명령했다.
이에 춘천시는 지난 3일 해당 업소 직원에게 종사 금지 명령을 내렸다. 또 식당에 조리 기구 살균 소독, 물탱크 청소, 정수기 필터 교환 등 조처를 하게 하고 영업정지 사전처분 통지서를 전달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이번 감염 건으로 ‘노로바이러스 주의보를 발령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통상 인플루엔자 외에 법정감염병에 대한 주의보는 내리지 않으며, 바이러스에 대한 확산 방지를 위한 조처는 모두 이뤄진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10일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춘천 닭갈비를 먹고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내용이 기정사실화면서 춘천시가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 관광객이 식당을 방문한 시간은 지난달 12월 28일 정오께이고, 증상의 최초로 발생한 때는 이보다 9시간 이른 28일 오전 3시께라는 게 춘천시의 주장이다.
춘천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노로 바이러스 잠복기가 24∼48시간인 점을 고려하면 역학관계상 춘천 지역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해당 국가에서 감염된 채 입국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춘천시 보건운영과 관계자는 “감염자인 식당 직원도 외국 현지에서 감염돼 들어온 일부 관광객에게서 감염되는 피해를 본 것일 수도 있다”면서 “감염원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애꿎은 닭갈비 업소가 타격을 입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가 감염자를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이달 5일까지 14일간 300명으로 추정한 것과 관련해서도 춘천시는 지난해 12월 28일과 이달 1일 이틀간 총 33명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 관계자는 “역학적으로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동일 감염 노출자 중 일부의 감염이 확인되면 동일 노출자들 모두를 감염 추정환자로 보고 방역조치를 한다”면서 “직접적으로 검사한 양성자만을 감염자로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식당 방문자 절반 이상이 같은 증상을 호소해 일부는 국내에서, 일부는 현지로 돌아가서 검사를 받았고, 이들 모두 노로 바이러스 판정을 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감염자 모두 식당 방문 24시간 이후에 증상이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노로바이러스는 소량의 바이러스 입자(18∼20 molecules)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는 전염성 강한 식중독 바이러스로 낮은 기온에서도 오래 살아남아 손 씻기 등 개인위생에 소홀한 겨울철에 잘 발생한다.
주로 오염된 물이나 덜 익힌 채소와 어패류, 육류 등을 먹었을 때 감염되지만, 사람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
감염자와 직접 접촉한 경우는 물론 감염자가 만든 음식을 먹은 경우에도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