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색 비난전' 삼성家 소송‥누구에게 유리한가
by안승찬 기자
2012.04.23 16:37:45
이맹희, 이건희 회장에 "어린애 같은 발언" "탐욕스럽다" 직격탄
법률대리인 통해 음성파일까지 공개..조율된 소송 전략 분석
형제간 갈등 불거질수록 이건희쪽 부담..삼성측 "무대응" 일관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 주식을 둘러싼 범(汎) 삼성가 소송전이 형제들 간에 막말이 오가는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이 회장이 "수준 이하의 자연인이다", "한푼도 줄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리자, 친형인 이맹희씨는 "어린애 같은 발언", "탐욕스럽다"면서 맞대응하는 모양새다.
화해를 끌어내려는 이맹희씨 측이 여론몰이를 통해 이건희 회장을 압박하려는 전략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베일에 가려 있던 이맹희씨는 23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화우는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맹희씨의 음성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이맹희씨는 "건희(이 회장)가 어린애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을 듣고 몹시 당황했다"면서 "한푼도 안 주겠다는 (이 회장의) 그런 탐욕이 이 소송을 초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건희는 현재까지 형제지간에 불화만 가중시켜왔고, 늘 자기 욕심만 챙겨왔다"면서 "앞으로 삼성을 누가 끌고 나갈 것인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앞서 지난 17일 이 회장은 "그쪽(이맹희씨)이 소송을 하면 끝까지 고소해서 대법원이 아니라 헌법재판소라도 갈 것"이라며 "지금 내 생각 같아서는 한 푼도 내줄 생각이 없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반박 성격이다.
또 이맹희씨는 "이 소송은 내 뜻이고, 내 의지"라고 밝혀, 그간 이번 소송의 배후가 이맹희씨의 아들인 이재현 CJ(001040) 회장이라는 관측을 일축했다.
이건희 회장은 "(유산은) 선대 회장 때 다 분재(分財)가 됐고, 그래서 각자 다 돈들을 갖고 있고 CJ도 가지고 있다. 삼성이 너무 크다 보니 욕심이 나는 것"이라며 CJ를 직접 거론했었다. CJ 측은 이번 소송이 이맹희씨 개인의 소송이고 CJ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양측의 발언이 공개된 방식이다. 이건희 회장의 발언은 우발적인 성격이 강하다. 지난 17일 새벽 출근하던 이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소송 발언이 튀어나왔다. 삼성 홍보 측도 이건희 회장의 발언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반대로 이맹희씨 측의 발언은 계획된 발언이다. 음성녹음의 공개가 법률대리인과의 논의 하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의 공개와 배포를 법률대리인인 화우가 맡았다.
화우 측은 "이맹희씨와 이숙희씨가 개인적인 입장을 담은 자료를 보내줬고, 요청에 따라 내용을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소송 전략의 하나로 보는 시각이 많다. 형제간 싸움으로 번질수록 더 부담을 느끼는 쪽은 사회 주목도가 높은 이건희 회장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맹희씨 측이 이번 소송에서의 승리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여론전을 이용한 화해 전략을 함께 쓰는 것 아니냐는 관전평을 내놓는다.
상속회복청구권은 상속권자가 상속권의 침해사실을 안 날부터 3년, 또는 침해행위가 있는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이맹희씨 측이 이 소송에서 이기려면 2008년 삼성 특검으로 떠들썩하게 불거졌던 이 회장의 차명주식에 대해 당시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화우 측이 최대한 여론전으로 이번 소송을 끌고 가면서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것 같다"면서 "이 회장은 합의하지 않고 끝까지 소송으로 가겠다고 단언했지만, 잡음이 커질수록 압력은 더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 측은 이날 이맹희씨의 발언에 대해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겠다"며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