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황은재 기자
2007.03.16 18:46:12
[이데일리 황은재기자] 지난해 전세계 금융시장의 화두 가운데 하나는 `캐리트레이딩`이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외국에서 들어온 풍부한 유동성은 저금리정책과 맞물려 부동산과 주식 가격을 끌어올렸습니다. 이제는 그 유동성 잔치가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 곳곳에서 전망되고 있습니다. 시장부 황은재 기자는 `새로운 캐리트레이딩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들어보시죠.
큰 잔치가 있었습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놀면 됐습니다. 잔치판은 쉽게 끝나지 않았고 어느 때보다 잔치는 길었습니다. 사람들은 흥에 겨워 춤을 췄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함께 모이는 글로벌 대동화합의 장이 펼쳐졌습니다.
2006년 금융시장의 한 단면입니다. 외화를 차입해 원화 자산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었던 시기였으니까요. 지금도 그 상황이 크게 변한 것은 아닙니다만.
잔치판은 누가 제공했을까? 환율이었습니다. 그 구조를 볼까요.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수출업체들은 미래에 받게 될 수출대금을 선물시장에서 미리 환전해 두려고 아우성을 쳤고, 이로 인해 선물환율은 현물환율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여기에서 땅 짚고 헤엄칠 수 있는 장사기회가 생겼습니다. 달러화를 빌려서 원화채권을 사들이는 것이죠. 당시 달러를 빌릴 때 내는 금리는 원화채권을 굴려서 얻는 이자율보다 높았지만, 선물과 현물 환율 차이가 워낙에 커서 불이익을 상쇄하고도 남았습니다.
작년 4월말의 경우를 예로 들면, 달러를 빌려 943.4원에 환전한 뒤 석달 뒤 선물환율인 940.8원에 달러를 사서 되갚는 계약을 맺으면 달러당 2.6원의 이익이 떨어졌습니다. 상대적으로 비싼 달러를 빌려 쓴 것을 제하고도 연율로 0.34%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였죠. 단기외채가 봇물처럼 쏟아져 들어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데일리가 지난해말 `저금리의 비밀`시리즈를 통해 심도 있는 분석을 한 바 있습니다)
핵심적인 동인은 “앞으로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에서 발생했습니다.
환율하락 기대심리가 사라진다면 잔치판도 끝이 나겠죠. 요즘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경상수지가 균형수준으로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상황에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까지 커지니까 환율이 더디게나마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환율이 더 떨어지기 어렵다는 기대심리가 형성되면 선물환과 현물환율 차이도 줄어들고 재정거래 기회도 사라지겠죠.
그렇다면, 급기야 “앞으로 환율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생기고, 현물환율보다 선물환율이 더 높게 형성된다면, 잔치판을 즐겼던 국내외 은행들이 울상을 지을까요?
저는 `글세..아니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오히려 다른, 또는 정반대의 차익거래 기회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쏠리기를 좋아하는 금융시장에서는 균형보다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불균형이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와 반대로 환율 상승 기대심리가 확산된다면 반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외화를 들여와 원화로 운용하는 게 아니라 원화를 들고 나가 외화로 운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엔·달러 캐리 트레이딩의 시대가 끝나고 원 캐리 트레이딩이 유행어로 등장하는 것입니다. 950원으로 환전해 달러자산을 산 뒤 955원의 선물환율로 팔아 회수할 수 있다면, 그리고 국내외 수익률 차이로 인한 불이익이 5원의 환율차이보다 작다고 한다면, 또 한번의, 그러나 정반대 유형의 무위험 재정거래 기회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는 달러화의 유출을 촉진시킬 것이고, 환율이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는 더 강해지는 순환구도를 형성할 것입니다.
정부도 이 점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외환정책의 방향이 달러를 나라밖으로 퍼내는 쪽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