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목소리' 줄었지만...'그놈 메시지' 활개

by서대웅 기자
2022.04.19 12:00:00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 28.5%↓
메신저피싱은 373억→991억 급증
여론조사 사칭 등 신종사기 성행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보이스피싱 피해가 감소하고 있지만 지난해 메신저피싱 피해가 전년 대비 2.5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에서 메신저피싱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자료=금융감독원)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1682억원으로 전년 대비 28.5%(671억원) 감소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19년 672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일환인 메신저피싱 피해액은 2020년 373억원에서 지난해 991억원으로 165.7%(618억원) 급증했다.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액에서 메신저피싱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5.9%에서 58.9%로 올랐다.

코로나19 이후 메신저 등을 통한 비대면채널 이용이 증가하면서 사기수법이 메신저피싱으로 전환했다고 금감원은 분석했다.

사회적 관심사를 이용한 신종 사기가 성행했다. 코로나19 백신접종 예약 인증을 빙자해 개인정보 입력을 유도하는 악성 인터넷주소(URL)를 보내는 식이다. 여론조사 기관을 사칭해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한다고 피해자를 속여 개인정보 입력을 유도하기도 했다.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정책자금 관련 한시적 특별대출이라며 소비자를 유도하는 사기도 여전했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피해가 늘었다. 지난해 메신저피싱을 포함한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40~50대가 873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나 전년 대비 34.5%(495억원) 줄었다. 전체 피해액에서 40~50대 피해 비중도 57.2%에서 52.6%로 감소했다. 20~30대 피해 비중 역시 같은 기간 13.3%에서 10.4%로 줄었다.

반면 60대 이상 피해액은 2020년 686억원에서 614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피해 비중은 29.5%에서 37.0%로 크게 늘었다.

금융업권별로 보면 증권사 고객 피해가 크게 늘었다. 증권사 피해액은 2020년 9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20억원으로 약 2.5배(144.4%) 급증했다. 은행 패해액은 1745억원에서 1080억원으로, 증권사가 아닌 비은행 피해액은 518억원에서 382억원으로 각각 줄었다. 비은행권역의 비대면 계좌개설, 오픈뱅킹을 통한 피해가 증가한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금감원은 개인정보 제공, 자금 이체 요청은 무조건 거절하라고 당부했다. 제도권 금융회사는 전화·문자를 통한 대출 안내, 개인정보 제공, 자금 요구, 뱅킹 앱 설치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 출처가 불분명한 URL은 절대 누르면 안 된다. 피해금을 송금했다면 금융회사 콜센터, 경찰청, 금감원에 전화해 계좌 지급정지를 신청해야 한다.

금감원은 메신저피싱 등 주요 사기수법에 대한 대응을 강화할 계획이다. 금융회사의 의심거래탐지시스템(FDS) 고도화,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사기 예방을 독려할 예정이다. 또 비은행 금융회사의 보이스피싱 대응 강화를 지도하고, 금융소비자 연령별 특성에 부합한 맞춤형 홍보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