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50만원에 대학생·취준생 불법도박 운영 가담시켜

by고준혁 기자
2016.11.04 12:15:41

운영자, 한 대학생에 제안…주변 동기·지인 끌어들여
필리핀서 도박자금 충전·환전 업무 맡아
운영자는 고급 아파트와 차량 등 호화생활 즐겨

서울 서초경찰서 전경. (사진=유태환 기자)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정기적으로 금전대가를 주겠다며 20대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을 판돈 2000억원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에 가담시킨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운영자 박모(30)씨와 대학생 김모(28)씨 등 7명을 구속하고 A(2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지난 2012년 11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회원제 미인가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 기간 회원들로부터 배팅금 약 2320억원을 입금받았고 사이트 운영으로 약 32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현행법에 따르면 정부허가를 받지 않고 운영하는 사행사업은 모두 위법이다.

박씨는 도박사이트 운영을 위해 인터넷 게임으로 알게 된 김씨에게 “일을 도와주면 기본으로 월 250만원을 주고 이득이 남으면 추가로 인센티브를 챙겨주겠다”고 제안했다. 김씨는 자신의 대학동기와 취업준비 중인 지인들도 끌어들였다.



박씨는 김씨와 그의 지인들을 필리핀에 보내 도박자금 충전 및 환전 업무를 맡겼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자 필리핀 현지 현금인출기만 이용해 돈을 입출금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그러나 박씨 일당은 도박으로 목돈을 잃은 회원에 의해 결국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이들이 운영하는 도박사이트에서 약 4000만원을 잃은 B씨는 박씨 일당에게 “경찰에 (불법)도박사이트 운영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1억 3000만원을 뜯어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박씨 일당을 인지해 추적수사 끝에 검거했다.

박씨는 도박 사이트 운영으로 얻은 돈으로 서울 강남구의 월세 400만원짜리 아파트에 살며 고급 벤츠 승용차를 타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경찰은 운영자인 박씨에게 지시를 내리는 조직 윗선이 존재하며 이들이 베트남에 잠적한 것으로 보고 추적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