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경민 기자
2012.11.05 16:01:55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삼성과 애플이 스마트폰과 관련해 세계 곳곳에서 소송 싸움을 벌이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 시장은 최근 경기 불황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뜨거운’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두 기업 간의 힘겨루기가 치열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 두 기업이 사이가 안 좋을수록 아쉬운 쪽은 어디일까? 결국, 손해를 보는 곳은 애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송종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5일 ‘파괴적 혁신의 프레임으로 본 IT 산업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애플은 파괴적인 혁신을 통해 시장을 창출했지만, 점차 존속적인 혁신에 안주하고 있다”면서 “그 사이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는 소위 패블릿으로 불리는 5~7인치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과 스마트 PC 또는 하이브리드 PC 등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며 애플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금까지 전통적인 제품에 파괴적인 혁신을 일으키며 성장해온 애플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더는 파괴적인 혁신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애플이 직면하고 있는 경쟁과 도전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용자들의 눈높이가 훨씬 더 높아져 있고, 이를 제대로 채워주지 못한다면 애플의 장래가 밝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삼성전자(005930)와의 싸움도 절대 유리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새로 출시하는 아이폰5의 메모리 공급처에서 삼성전자를 제외했다. 이에 대해 송 연구원은 “글로벌 메모리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제외됐다”면서 “세간에서는 애플이 특허 싸움으로 주문하지 않은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지만, 이보다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주문을 거절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애플이 메모리 업체들에 제시하는 가격이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거부했다는 것.
또 애플이 다른 부품에서도 삼성전자로부터 공급받지 못하게 된다면, 제품 생산도 원활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송 연구원은 “모바일 D램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생산량의 60%를 맡고 있고, 나머지 40%는 SK하이닉스와 엘피다”라면서 “반대로 애플은 전 세계 모바일 D램 수요의 30%를 차지하고 있어, 삼성으로부터 공급을 받지 못한다면 나머지 40% 공급에서 수요 30%를 채워야 할 판”이라고 분석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현재 애플이 100% 삼성전자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 다변화가 더욱 쉽지 않다.
반대로 애플이 없어도 삼성전자에 미치는 타격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송 연구원은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 정도”라면서 “3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1조2000억원 중 25%는 3000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3분기 전체 영업이익 8조1000억원으로 따지면 4%에 불과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삼성전자가 없는 애플’보다는 ‘애플 없는 삼성’이 더 유리하다”면서 “삼성전자가 애플의 AP 생산업체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해도 삼성전자의 실적에 유의미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