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경원 "편견에 가린 아이들 능력 보러오세요"

by최선 기자
2012.08.20 16:37:04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
"지적장애인 외면하는 한국사회
아이들 해내는 모습 보이고파
승부보다 도전 지켜봐줬으면…"

나경원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이데일리 최선 기자] 한 소년이 운동장을 달리고 있다. 체육대회다. 제법 잘 달린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 IQ 75의 주인공처럼. 결승점을 코앞에 두고 소년, 돌연 선다. 의아한 눈으로 보는 관중들. 소년은 그냥 제자리 뛰기만 반복하고 있다. 뒤돌아보는 소년. 그의 시선으로 상당한 거리를 두고 달려오는 또 다른 소년2. 소년2가 가뿐 숨을 몰아쉬며 뛰어오자 소년은 소년2의 손을 잡고 함께 결승점을 들어온다. 두 소년은 지적발달장애인들이다. 비장애인은 상상도 못할 감동적인 장면이다.

내년 1월29일부터 2월5일까지(8일간) 강원도 평창에서 2013 동계스페셜올림픽이 열린다. 그 중심에 나경원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있다. 불과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를 유치하고 준비한 그에게 지난 2년간의 준비과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우선 동계스페셜올림픽이 알려지지 않아 걱정이다. 홍보가 중요하다. 문화적 이벤트를 마련했다. D-100 10월21일엔 동계스페셜올림픽 후원 음악회, 걷기대회 등의 행사를 할 것이다. 이 대회를 통해 어떤 (사회적인) 움직임과 유산을 남길 수 있을까. 그런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본 틀은 마련됐지만 이제 한 사람 한 사람 손잡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할 것이다. 지적장애인, 장애인,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꿔 보고 싶다.

지적장애인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외국에서는 지적장애인이 일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비율 같은 법적 제제가 있음에도 사업체 입장에서는 벌금내고 말지 하는 식으로 고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적장애인도 일을 할 수가 있다. 어떤 분야에서는 비장애인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친구들이 있다. 사실 우리 아이는 숫자를 굉장히 잘 외운다. 지적장애인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대회가 그들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사람들의 생각이 바뀔 수 있도록 하는 진폭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계스페셜올림픽이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아직 5%가 부족하다. 국회에 있을 때 예산과 관련한 뼈대는 잡아놨다. 특별법도 만들어놨다. 정부측 예산 확보는 문제가 없지만 60%는 후원을 받아야 한다. 지금 ‘네이버 해피빈’ 행사를 하고 있다. 한두 사람의 작은 후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은 콩으로 기부한다. 아주 작은 액수의 관심과 사랑이 동계스페셜올림픽의 성공을 가져온다고 본다.

북한 선수단 초청은 공식-비공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북한은 페럴림픽에 선수단을 한 번도 파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런던에는 선수단을 파견했다. 이번이 기회라고 보고 긍정적인 답을 얻도록 계속 추진 중에 있다. 우리가 북한 인권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걸 잘못 말하면 개선하라는 압박으로 보일 수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초청하는 것이 북한 내 지적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치할 때보다 회의나 미팅이 더 많다. 특히 부탁하는 자리가 많아졌다. 무슨 일을 할 때 하던대로 하는 게 아니라 좀 더 잘해보자고 생각하면 아이디어도 많이 떠오른다. 정치할 때도 그랬고 이 일 할 때도 그렇다.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이 난다.

정치를 그만두고 나니 어떤 사람들은 날 보고 어디 좋은 조직위원장 자리를 차지했나보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전부터 이 일을 해왔다. 정치를 그만두다보니 이 일이 드러나게 된 것뿐이다. 동계스페셜올림픽이 끝나도 지적장애인의 권익 향상을 위해선 일할 것이다. ‘특별히 한다’는 것보다 내 삶의 일부로 계속하려고 한다.

경기에는 참여를 못한다. 사실 참여했으면 좋겠는데 엄마가 바빠서 애들 챙길 사람이 없다. 비경기 부문에는 참가를 시킬 예정이다. 우리 딸이 드럼을 친다. 나도 기타를 같이 쳐보려고 한다. 애가 엄마 틀린 점 지적하면서 가르쳐주더라. 딸과 연주를 한 번 해보려고 한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나위원장은 “요즘은 을(乙)의 입장에서 일을 한다”며 “승부가 재미있는 운동경기가 아니라 한편의 감동적인 영화를 본다는 생각으로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1963년 서울생. 1986년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부터 부산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이어 2004년 제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2008년엔 재선됐다. 17대 의원이던 지난 2004년부터 한나라당 장애인복지특별위원회 위원장, 장애아이 위캔 회장을, 2007년에는 한국장애인부모후원회 공동대표를 맡았다. 2009년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 명예회장을 맡으면서 스페셜올림픽과 인연을 맺었다. 2010년부터는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대담=김병재 부장 filmb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