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때 우산 안 뺏는다" 中企대출 확대

by문영재 기자
2012.04.25 16:08:44

대기업·가계 대출 차단..中企대출로 루트 다변화

[이데일리 문영재 서찬욱 기자] 시중은행들이 불확실한 경기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고 있다.

알짜 수익원이던 가계대출이 차단되면서 적극적으로 중소기업 대출 발굴에 나선데다 금융당국이 경기취약업종을 중심으로 대출회수 자제와 대출확대를 권고하고 나선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0년 감소했던 중소기업 대출이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반전했다. 지난 23일 현재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100조3000억원을 기록해 국내 은행권 가운데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3월 94조6598억원과 비교할 때 5조6000억원, 비율로는 6% 정도 늘어난 수준이다.

▲ 국민 신한 하나 기업은행 중기대출 현황(단위: 억원, 자료: 각 은행)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81년 1조원을 넘어선 후 93년 10조원, 2006년 50조원 등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은행은 올초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내려 금융비용 부담을 덜어주기도 했다.

맹선배 기업은행 기업고객부 팀장은 "`비가 올 5때 우산을 뺏지 않는다`라는 원칙에 충실했다"면서 "대출규모 확대는 물론 지속적인 대출금리 인하를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가운데선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규모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날 현재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6조1435억원으로 지난해 3월 63조9931억원에 비해 2조1504억원 늘었다.

신한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52조5468억원으로 지난해 3월 52조769억원보다 4699억원 증가했다. 작년말 부실채권 매각에 따른 상각처리로 다른 은행에 비해 중소기업 대출잔액 증가폭이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게 신한은행의 설명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32조6059억원으로 작년 3월 31조9913억원에 비해 6146억원 늘었다. 우리은행도 올 들어 중소기업 대출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작년 하반기 주춤했던 중소기업 대출잔액이 올 들어 다시 크게 늘고 있다.

하나금융의 품에 안긴 외환은행도 중소기업 대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윤용로 외환은행장이 취임 이후 줄곧 "중소기업 대출부문에서 (외환은행이) 잃어버린 시장을 되찾을 것"이라며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16조5371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고 있는 이유는 1차적으로 대기업 대출과 가계대출 루트가 차단된 영향이 크다. 유동성이 넘쳐나는 대기업들은 은행대출을 잘 이용하지 않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으로 가계대출마저 여의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올해 창업 및 중소기업 금융환경 개선을 주력정책으로 펼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산업경영연구실장은 "현재 주어진 경기상황만으로는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중소기업대출을 늘릴 시기는 아니다"라면서도 "경기가 회복된다는 신호가 나타나면 은행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