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정민 기자
2011.02.10 11:42:21
미래·현대 인하에 삼성 등 "제살깎기 경쟁 도움안돼"
[이데일리 김정민 김자영 기자] 미래에셋증권(037620)이 불을 당긴 자문형 랩 수수료 인하경쟁의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미래에셋에 이어 현대증권(003450)이 파격적인 수수료 인하를 선언하고 나서자 증권업계에서는 `제살깎기식`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수익률 부담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랩 상품 특성상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비용부담이 큰 만큼 고객 유치를 위해 과도하게 수수료를 낮출 경우 시장 형성단계인 자문형 랩 시장이 고사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삼성증권(016360) 관계자는 "아직까지 자문형 랩 수수료를 낮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랩 담당 인력을 50명으로 확충하고 전산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 등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투자를 준비중"이라며 "수수료를 낮춰 수익성이 떨어지면 투자 역시 축소돼 상대적으로 고객에 돌아가는 서비스의 질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은 수수료 인하 대신 인프라 강화를 통한 수익률 상승으로 고객 이탈을 방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수수료를 낮춘 만큼 수익률을 높여야 고객을 붙잡을 수 있다는 부담이 새로 생겼다"며 "포트폴리오를 공급하는 자문사의 밸류를 끌어올려 경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이나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하나대투증권 등 다른 회사들도 아직까지는 랩수수료 인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랩은 펀드와 달리 일괄적 집합운용이 불가능한 그야말로 계좌별 맞춤형 상품"이라며 "전산 시스템과 인력 수요가 많은 고비용 서비스인 만큼 함부로 수수료를 낮추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 역시 "랩수수료는 펀드판매와 비교해 오히려 훨씬 더 높은 보수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펀드는 판매사가 판매만 담당하고 사후관리만 하면 되지만 랩 상품은 증권사가 운용업무 및 개별 고객의 자산운용참여까지 다 허용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훨씬 원가차원에서도 높은 비용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이 받는 서비스에 비해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증권사로 옮겨가게 되어 있으므로 수수료는 시장기능에 맡겨두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