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발 공화국'' 경상도엔 국수 맛집이 천지

by조선일보 기자
2010.01.28 16:35:01

경상도 잔치국수 명가

[조선일보 제공] 경상도 사람들은 왜 그렇게 국수를 좋아할까? 대구·경북지역이 1인당 건면(乾麵)소비량 전국 최고라는 건 알려진 사실. 그런데 국수 선호가 그리 오래된 전통은 아니다. '천년한식견문록'을 쓴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안동국수는 있었지만 경상도 지역에 국수 전통은 없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조금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았다. "1945년 광복 후, 주로 1950년대 미국은 차관으로 잉여농산물을 제공했습니다. 싼 밀가루가 다량으로 공급되면서 면식(麵食)문화가 퍼진 겁니다. 전라도는 예부터 음식이 발달했지요. 면식문화가 파고들 틈이 없었지요. 경상도는 음식문화가 확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국수를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서울·수도권에서 파와 유부, 김 따위 생(生)고명을 올린다면, 경상도에서는 데친 부추·숙주나물·달걀 지단·볶은 깻가루 등 익힌 고명을 올리는 곳이 많다. 국수와 고명, 비빔장, 육수를 따로 주고 원하는 대로 먹도록 하는 점도 특징이다.

▲ 국수도, 반찬도, 팥죽도, 밥도 마음대로 양껏 먹을 수 있는'뷔페식 잔치국수집' 부산 '대저할매국수'. / 조선영상미디어

 


_ 잔치국수 딱 하나만 내는 집. 국수사리 추가 주문이 안 되니 처음 주문할 때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뜨거운 멸치육수를 작은 양은주전자에 따로 내고 손님이 원하는 대로 부어 먹게 한다. 단 남기면 안 된다. 벌금을 내야 한다. 왜 국수사리 추가가 안 되는지, 국수를 받아보면 안다. 삶는 솜씨와 타이밍이 절묘하다. 중면에 단무지채ㆍ데친 부추ㆍ양념장ㆍ깻가루 따위를 올려 낸다. 남해산 멸치로만 우려낸다는 육수가 언뜻 탁해 보이나 맑고 구수하고 깊다. 겨울철(12~2월)에는 오후 7시 문 닫는다. 국수 3000원(곱빼기 3500원, 왕 4000원) 부산 금정구 남산동 989-13(051)515-1751

▲ 부산 '구포촌국수'. / 조선영상미디어

_ 맛집은 고사하고 식당이 있을 법하지 않은 공장지대에 있다. 한가운데 큼직한 테이블이 있고, 여기에 반찬 20여 가지가 놓였다. 밥도 있고 팥죽도 있다. 국수와 멸치육수, 각종 고명이 한쪽에 있다. 1인당 4000원만 내면 마음껏, 무제한 먹을 수 있다. 이른바 뷔페식 국숫집. 처음에는 국수를 국물에 말아 냈다. 그러다 주인 손순연씨가 국수 삶는물에 팔을 데었다. 궁여지책, 삶은 소면과 국물을 상에 놓고 손님들에게 마음대로 먹게 했다. 이게 대박을 쳤다. 갓 삶아낸 쫄깃한 소면을 즐기긴 어렵지만 장작불로 은근히 끓인 육수와 잔칫집처럼 푸짐한 반찬, 독특한 분위기
를 즐길 수 있다. 부산 강서구 대저1동 332-18 (051)973-0837




_ 칼국수 명가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 대구에서도 알아주는 칼국수집이지만, ‘세면국수’이라 불리는 잔치국수 맛도 최고로 꼽힌다. 대구식 맑은 멸치국수장국은 비린 맛 없이 얌전하고 개운한 맛이라 냉국수로 낼 정도다. 고명이 특이하다. 쇠고기ㆍ버섯 볶음, 감자채 따위가 볶은 호박ㆍ김가루ㆍ깻가루와 함께 올라간다. 남은 국물에 딸려 나오는 보리밥을 말아 먹어야 제대로 된 마무리다. 대구 남구 대명2동 1805-5 (053)651-7969

▲ 대구 '할매칼국수'. / 조선영상미디어

_ 한눈에도 예사롭지 않다. 누런 양푼에 찰랑찰랑 넘칠 듯 담아준다. 국물이 빨갛다. 여기에 면을 말고 데친 부추만 올려 낸다. 멸치 맛이 진하고 매콤한 국물과 쫄깃한 면, 부추의 씹히는 맛이 여느 잔치국수집과 다른 개성이 있다. 반찬으로 나오는 청양고추는 벽에 ‘위경련을 일으킬 수 있으니 조심하라’ 는 경고를 붙여둘 정도로 맵다. 일요일 쉰다. 잔치국수 3000원. 대구 북구 노원동 노원1가 503번지 (053)355-4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