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마이뉴스 기자
2005.06.15 21:15:35
[오마이뉴스 제공]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14일 귀국한 이후 김씨 공과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98년 10월 "대우사태"를 예견한 보고서를 작성해 파문을 몰고 온 고원종 동부증권 부사장이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고 부사장은 지난 98년 10월 노무라증권 조사부 재직 시절 "대우그룹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Alarm bells is ringing for Daewoo group)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대우사태를 예견했었다.
<오마이뉴스>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동부증권 본사 사무실에서 고 부사장을 만나 대우관련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 배경과 김 전 회장 귀국과 관련한 그의 입장을 들어봤다.
당시 보고서가 시장에 불러온 충격은 거의 "쓰나미"급이었다. 이 보고서가 나오면서 당시 시중에 떠돌던 대우 위기설이 본격적으로 수면위에 떠오르게 됐다. 이에 따라 슬슬 시장의 눈치만 살피던 금융권에서도 본격적으로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고 부사장은 당시 이 같은 "보고서 파문"에 대해 "이를테면 천기누설 때문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자신감을 갖고 보고서를 쓸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남들보다 많이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남들이 하지 못한 일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그런 상황이라면 똑 같이 보고서를 작성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당시 외국계 증권사에 소속돼 있었기 때문에 보고서 작성이 수월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만일 한국 증권사 소속이었다면 보고서를 썼더라도 윗 선에서 "커트"가 돼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 부사장은 "다만 지금은 98년 당시 대우처럼 바퀴 하나에 의존해 위태롭게 굴러가는 대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보고서 작성이후 한국 기업의 질이 크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보고서가 나올 당시 한국의 한 대형증권사 투자분석부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비록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글로 옮겨놓았다고 하지만 당시 사회 분위기상 누구도 이 같은 보고서를 쉽게 내놓지 못했다"며 "분명한 건 이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부터 각 증권사들도 그제서야 대우 관련 보고서를 하나둘 내기 시작했다"고 술회했다.
고 부사장은 "요 며칠전부터 하루에도 수십번씩 언론사 등으로부터 김우중 회장 귀국에 대한 소회와 공과에 대한 재평가를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그러나 전부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도 그랬고 지금도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다만 내 일을 했을 뿐"이다"고 덧붙였다.
고 부사장은 보고서 파문 이후 ABN암로증권 리서치헤드, SG증권 한국지점장 등 외국계 증권사를 두루 거친 후 지난 2003년부터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 및 부사장으로 일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