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자 자처하는 푸틴…걸프국 정상과 연쇄 통화

by김겨레 기자
2026.03.03 07:14:52

UAE·카타르·바레인·사우디 정상과 잇따라 통화
"美·이스라엘 규탄" 이란 휴전·확전 자제 촉구
중동 영향력 확대 시도…유가 상승에 반사이익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걸프 국가 지도자들과 잇따라 통화하며 이란과 휴전을 촉구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구 사회에서 고립된 이후 이란 및 중동 국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러시아가 중동 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2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 지도자를 만난 모습. (사진=AF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과 사우디아라비아 정상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한 UAE의 우려를 이란에 전달할 준비가 됐으며 역내 상황 안정을 돕겠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사태는 전례없는 비극적인 사건”이라며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공격을 규탄한다”고 전했다.

UAE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포로 교환 등을 중재했으며 최근 미국과 3자 회담 장소를 제공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카타르의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군주와 통화에서 이란 사태가 확대될 위험과 제3국이 개입할 가능성에 대해 상호 우려를 표명했다. 아울러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바레인 국왕에게는 러시아가 역내 상황을 안정화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통화에서도 이란을 둘러싼 충돌이 과열될 위험을 논의했으며 정치적·외교적 수단으로 해결할 필요를 강조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이날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 외무장관과의 별도 통화했다.

크림렌궁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란의 보복 조치가 관광 및 교통 부문 시설을 포함한 인접 국가의 민간인과 민간 기반 시설에 피해를 주지 않기를 바란다”며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측이 해당 지역의 정세 안정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기회를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주변 중동 국가들을 타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는 8%대 급등했다. 천연가스 선물 4월물 가격도 35% 폭등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서방의 제재에 석유 및 천연가스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의 숨통을 틔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