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인하’ 신호…장중 환율, 6거래일 만에 1280원대[외환분석]

by이정윤 기자
2023.11.29 11:54:55

‘매파’ 월러 연준 이사 “5개월 내 금리인하”
내년 5월 미 연준 금리인하 가능성 72%
달러인덱스 102로 하락, 넉 달 만에 최저
월말 수출업체 네고 출회에 환율 하락
외국인 투자자 국내 증시서 혼조세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80원대로 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의 비둘기(통화 완화) 발언에 내년 상반기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여기에 월말을 맞아 수출업체 네고(달러 매도) 물량도 출회되며 환율이 하락 압력이 크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사진=AFP연합뉴스)
29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전 11시 42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293.7원)보다 5.1원 내린 1288.6원에 거래 중이다. 이는 지난 21일 이후 6거래일 만에 다시 1280원대로 내려간 것이다.

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5.7원 내린 1288.0원에 개장했다. 이후 환율은 1280원 중후반대서 횡보하고 있다.

연준 내부에서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왔다. 연준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경기를 진정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정책 목표인) 2%대로 회복시키기 위한 정책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확신이 생기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율이 낮아지고 있다. 이것이 몇 달 더 지속된다면, 그것이 3개월, 4개월, 혹은 5개월이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낮아졌다는 이유만으로 정책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오는 12월에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6.1%에 달했다. 내년 5월까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72.1%에 달했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자 미 국채 금리와 달러화는 하락했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6.4bp(1bp=0.01%p) 낮은 4.330%까지 하락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13.90bp 급락한 4.738%,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0.90bp 내린 4.522%였다.



달러인덱스는 28일(현지시간) 저녁 9시 43분 기준 102.58을 기록하고 있다. 전날 103에서 하락한 것이자, 지난 8월 이후 넉 달 만에 최저치다. 달러 약세에 달러·위안 환율은 7.12위안, 달러·엔 환율은 147엔대로 모두 하락세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00억원대를 순매도 하는 반면 코스닥 시장에서는 100억원대를 순매수하고 있다.

수급적으로는 월말 네고가 나오며 환율 하락을 견인하고 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지난주만 해도 수입업체 결제가 많았는데 이번주는 월말에 가까워지면서 수출업체 네고가 많아졌다”며 “또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안정 의지를 보이면서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오는 30일에 나오는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와 연준 당국자 발언, 경제 지표 등을 주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10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달보다 3.5% 올라 9월의 3.7%에서 둔화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월 대비로는 0.2% 올라 이전의 0.3%에서 둔화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가가 계속 둔화할 경우 연준이 내년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는 커질 전망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소비, 고용 등 미국 경기 지표 둔화가 계속해서 확인되는 만큼 미국 경제가 재차 호조세를 보이지 않는 이상 달러와 환율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