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펄펄 끓는 대한민국…우리나라 폭염정책대응 어디까지

by김경은 기자
2021.07.21 11:01:30

21세기 후반, 한반도 1.8~4.7도 상승
충청도 내륙까지 아열대 기후로 변화
국민건강 위협에도 영향파악조차 손놓은 정부
단기적 대응 위주…장기적 대책 수립 필요 지적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역대 가장 더웠던 지난 2018년 여름 이후 우리나라도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규정했다. 이후 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통해 폭염에 대한 국가적 대응 정책을 내놨다. 역대급 무더위가 재현될 올 여름, 하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다.

지구가 열받았다...북유럽 등 전세계가 폭염에 몸살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내뿜는 복사열로 도시열섬 현상은 한반도를 더욱 달구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고령화와 코로나19 상황으로 폭염 취약계층은 더욱 늘어나는 실정이다.

도심의 녹지를 늘려 열기를 떨어뜨릴 수 있는 중장기적 도시계획과 지역별, 피해자별 맞춤지원이 나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코로나19로 마스크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오는 25일까지 체감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역대급 폭염을 기상청은 예보했다. 이미 올들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6명이나 발생한 상황에서 폭염위기 경보는 더욱 수위를 높일 전망이다.

문제는 갈수록 폭염 수위는 더 강도가 세질 것이란 점이다. 지구 평균기온은 21세기 전반에 걸쳐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의 제5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후반(2081~2100년) 전 지구 평균기온은 0.3~4.8도 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21세기 말 기준으로 전 지구의 온도 상승보다 가파른(1.8~4.7도, 기상과학원 2018) 상승을 보일 전망이다. 이러면 현재 남해안에 국한되는 아열대 기후는 21세기 말에는 동해안까지 해안을 따라 확장하고, 내륙의 경우 충청남도까지 아열대기후로 변한다.

폭염과 열대야 등 고온 관련지수는 RCP8.5(온실가스 저감 없는 현재 추세) 시나리오 기준으로 21세기 말(남한 기준) 폭염은 35.5일, 열대야는 45.2일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평균 폭염일수(10.1일)와 비교하면 3.5배, 역대 가장 무더웠던 2018년(31일) 보다도 심각하다. 열대야 일수는 현 평균일수(5.1일) 대비 9배나 증가한다.

폭염이 법상 자연재난으로 규정된 것은 이같은 기온 상승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기온상승은 열사병, 폭염으로 인한 사망 증가는 물론 감염병 증가, 식중독 증가, 꽃가루 농도 증가에 따른 알레르기성 질병 발생률을 높일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국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연평균 기온 1도 상승시 사망은 4% 증가하고, 살모넬라, 장염비브리오 등 식중독은 각각 47.8%, 19.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기후변화가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파악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7년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으로 기후보건영향평가의 법적근거가 마련됐지만, 보건복지부에서 관련 평가기준 마련을 위한 킥오프조차 하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해 부처간 인식이 차별화하면서 기후변화 적응 대책 이행에 동력이 떨어지는 대표적 사례다.

현재 기후변화 적응 대책은 환경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여러 부처에 나뉘어있다. 여기에 각 지자체의 특성에 맞는 대책 수립 및 협력도 필요하다. 예산 제약과 부처별 실정에 끼워 맞추다보니 근본적인 대책 수립 및 이행과정에서도 탄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도시녹지총량제 도입, 독일 슈트카르트에서 시작된 바람길 조성 등 도시가 장기적으로 시원해지는 정책 등이 꾸준히 제안되고 있지만 번번히 막히고 있는 이유다.

현재 기후변화 대책 대부분은 △무더위 쉼터 운영 △취약계층 지원사업 확대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 △작업장 취약계층 보호 강화 △이동 노동자 쉼터 설치 △근로자보호 가이드라인 강화 홍보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정책 대응 이외에 쿨루프, 쿨링포그 설치 등 쿨링을 통한 도시 폭염 취약성 개선 사업 위주로 구성돼있다.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관계자는 “서울 등 대도시는 복사열을 내뿜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를 녹지로 전환하는 게 근본 대책이나, 토지를 소유한 민간의 협조가 어려운점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예산과 법상 제약, 정부 부처와 전문가간 인식 차이, 시민들의 의식문제 등을 고려해 조율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도시계획하에 판을 새로 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도시계획 수립에 있어 어떤 건물이 열섬현상을 야기하는 원인인지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폭염연구센터장은 “물과 수목의 광합성을 통해 도심의 열기를 떨어뜨리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잔디가 많은 선진국에 비해 나지(벗겨진 땅)가 많은데, 주차장조차도 녹지를 만들어 나지를 만들지 않도록 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률적 대책으로 산업별·피해자별 맞춤 지원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사회경제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그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빠른 고령화로 기후변화의 취약계층이 늘어나고, 코로나19로 배달과 택배 이용이 늘어나며 야외 근로자들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센터장은 “쿨링, 온열질환쪽으로 대책이 갖춰졌는데 폭염이 장기화되면 단계를 높여 폭염대책이 필요하다. 생산부문, 물관리, 식중독 문제 등 폭염이 장기화될 때의 플랜을 미리 짜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대책은 일률적이기보다 지역마다 생산기반 등이 다르므로 지역특성에 맞게 맞춤형으로 돼야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