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차량시위 후 거리로 나온 자영업자들…"혈서 써야 얘기 들어주나"

by이소현 기자
2021.07.16 14:33:33

14~15일 이틀간 서울 도심 심야 차량시위 벌여
16일 정부서울청사 앞 기자회견 "방역조치 불복"
방역수칙 재정립 요구 등 총리실에 질의서 전달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방역 조치에 항의하며 이틀 연속 심야 차량 시위를 벌여온 자영업자들이 또다시 거리로 나섰다.

거리두기 4단계로 1인 시위 외 집회는 금지인 가운데 김기홍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대위 대표가 1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회견 후 이 단체는 국무총리실에 질의서를 전달했다. (사진=연합뉴스)
카페·음식점·PC방 등 22개 업종별 자영업자 단체들이 연합한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영업자만을 희생시키는 4단계 방역조치에 불복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지난 2년간 확진자 대유행은 종교단체와 백화점, 대형마트 때문이었지만 자영업자에게만 집합금지와 영업제한으로 희생을 강요했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비대위는 “1년 6개월 동안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인내했지만 이제는 버틸 힘이 없어, 먹고 살 수 없어 거리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자영업자들은 죄인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4단계 거리두기는 희생을 강요하는 것을 넘어 더는 버틸 힘마저 없는 우리에게 인공호흡기까지 떼어버리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릴레이 1인 발언 형식으로 이뤄진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장은 “어제 시위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외침을 묵살하거나 외면한다면 전국 자영업자들은 촛불 들고 나올 것”이라고 했다.

조지현 공간대여협회 대표는 “내년에 재정을 풀어주면 저희는 이미 물에 빠져 죽는다”며 “자영업자들이 혈서 쓰고 극단적 선택을 해야 그때야 이야기를 들어주시겠느냐”고 토로했다.



김기홍 비대위 공동대표는 “자영업자는 1년 6개월 동안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기다리며 인내했지만 이제는 생존권이 달려 있는 문제”라며 “어떻게 하는 것이 코로나19 방역에 이로운지 그 이유와 타당성을 설명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들은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업종별 방역수칙 재정립 △손실보상심의위원회에 자영업 단체 참여 보장 △최저임금 인상률 차등 적용 등을 요구했다. 비대위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러한 내용이 담긴 ‘거리두기 격상과 지속가능성’ 공식 질의서를 국무총리실에 전달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대위 김기홍 대표(왼쪽)가 1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국무총리실에 전달하는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대한 질의서를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자영업자들은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종로구 대학로 일대까지 400여대 차량시위를 벌인 데 이어 전날에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대에서 이틀 연속으로 항의 표시를 이어갔다.

비대위 측은 애초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사거리 인근에서 모인 뒤 강변북로∼잠실대교∼올림픽대로를 거쳐 다시 출발 지점으로 돌아오는 차량 시위를 벌일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구간을 통제하자 월드컵경기장 사거리∼가양대교 구간을 돌며 이날 0시께부터 1시간가량 항의 시위를 진행했다. 이날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약 300대가 참여했다.

이들의 차량시위를 불법시위로 규정한 경찰은 약 300여명에 달하는 인력을 투입했으며, 지난 14일 저녁부터 서울 도심 25곳에 검문소를 설치한 바 있다.

경찰은 이날 “1인 시위가 아닌 집회는 모두 금지된다”며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으니 모두 해산해 달라”는 경고 방송을 반복하며 차량 이동을 통제했다. 자영업자들은 경찰이 차량 행진을 막자 차량 경적을 울리며 항의하기도 했다.

15일 새벽 전국자영업자비대위 소속 회원 등이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비상등을 켠 채 정부의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불복하는 1인 차량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