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범칙금 처분 임의 취소 후 공소 제기는 위법"

by이성웅 기자
2021.04.15 12:00:00

대법, 징역 1년 선고받은 상습 무전취식범에 무죄 취지 파기환송
"범칙금 임의로 취소하고 동일 행위에 공소를 제기할 수 없어"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경찰이 범칙금 통고처분을 한 뒤 이를 임의로 취소하고 검찰 기소로 이어졌다면 공소제기 자체가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상습사기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 부산의 한 식당과 노래방 등에서 약 15만 원 상당의 술과 음식을 먹은 뒤 돈을 내지 않는 등 상습적으로 무전취식하고 동시에 식당에서 음식값 계산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에게 위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당시 범행 후 경찰에 넘겨져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범칙극 통고처분을 받았다. 그러다 경찰은 처분 이후 A씨에게 동종전과가 있음을 확인하고 통고처분을 취소한 뒤 상습사기죄로 형사입건해 검찰로 송치했다. A씨는 상습사기죄 또는 사기죄로 25회에 걸쳐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1심 재판부는 “상습으로 술값 등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 없이 피해자들을 기망해 재물을 교부받고 술에 취해 영업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며 “형 집행이 종료한지 불과 며칠 만에 범행을 저질러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어 A씨는 양형 부당을 주장하며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재판에서 기각됐다.

반면 대법원은 검찰의 공소제기가 무효하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미 통고처분이 이루어진 범칙행위에 대한 공소제기는 부적법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담당 경찰관이 형사입건을 위해 통고처분을 취소한다는 취지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했으나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 통고처분에 대한 유효한 취소 처분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설령 취소처분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통고처분을 임의로 취소하고 동일한 범칙행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며 파기환송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