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근접 출점 제한 '딜레마'…업계 '갑론을박' 시끌

by송주오 기자
2018.08.21 10:41:24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에 부활 방안 담기나 촉각
부활 시 기존 점포 80m 이내 신규 출점 금지 유력
과당 경쟁 폐해 방지 필요, 기득권 강화 부작용 우려도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편의점 가맹점주 현장소통 간담회’에서 가맹점주 대표자들과 대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정부의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 발표를 앞두고 편의점 업계에서 ‘다른 브랜드 간 근접 출점 제한 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업계 ‘빅3’(BGF리테일·GS리테일·코리아세븐) 등 5개 편의점 가맹본부 모임인 편의점산업협회는 최저임금 인상 여파 및 점포 포화에 따른 경쟁 심화 등을 이유로 근접 출점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출을 가로막아 기득권을 강화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22일 발표 예정인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에 근접 출점 제한을 업계 ‘자율규약’ 형태로 시행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근접 출점 제한 거리 기준은 80m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는 지난 1994년 편의점 업계가 자율적으로 시행한 규약을 부활시키는 셈이다. 당시 편의점 업계는 ‘신규 편의점 출점 시 브랜드와 상관없이 기존 점포 80m 이내에는 열지 못한다’는 자율규약을 만들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이를 부당 공동행위(카르텔·기업 담합)로 판단해 시정조치를 내리면서 무효화 됐다. 2012년에는 공정위가 모범 거래 기준을 만들어 250m 이내 신규 편의점 출점을 금지했지만, 이마저도 기업 활동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며 2년 만에 폐지됐다.

현재는 편의점 가맹본부가 내부 규정으로 근접 출점을 제한하되, 상권 특성에 따라 제한 거리는 탄력적으로 적용 중이다. 서울 도심의 경우 제한 거리를 250m 이하로 짧게 적용하고, 지방 소도시의 경우 250m이상으로 넓게 적용하고 있다.

올 초 4만개를 넘어선 편의점 수가 포화 상태에 이르고 영업이익률도 급감하면서 시장 구조 개혁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국내 인구수 5000만명을 기준으로 인구 1250명당 편의점 1개가 전국에 퍼져 있다. 반면 ‘편의점 천국’인 일본은 2200명당 1개꼴이다.



이에 따라 실적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국내 주요 브랜드 편의점 본사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4%였지만, 올 상반기 대부분 1%에서 2% 초반대로 낮아졌다.

편의점산업협회 측은 “과당 경쟁의 폐해로부터 편의점주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자율규약을 만들어 공정위에 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가맹사업법상 가맹사업자의 자율규약은 공정위 승인을 받게 돼 있다.

하지만 이마트24 등 비회원사나 다른 군소업체들은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중소 편의점 업체 한 관계자는 “이미 점포 수를 늘릴 만큼 늘린 대기업들은 지장이 없겠지만 중소 업체들은 사업 기회가 막혀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측도 근접 출점 제한 자율규약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폐지 당시 카르텔로 간주했는데 이제 와서 인정할 경우, 과거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규약이 근접 출점 논란을 해소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기득권을 방어하는 데 유효하기도 하다”면서 “정부 대책 발표에 따른 후폭풍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