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선상원 기자
2015.10.08 12:30:08
엉터리 소방시설 수년간 방치해도 과태료 100만원
아모레퍼시픽 1년 뒤 관할 소방서에 5600만원 기부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지난해 대형 화재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모레퍼시픽 물류창고 소방시설에 심각한 문제점이 적발됐지만 소방당국은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신의진 의원(새누리당·비례대표)이 국민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아모레퍼시픽 물류창고, 화재관련 소방시설 현지조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월 28일 대전시 소재 아모레퍼시픽 물류창고 화재사고 이후 소방방재청(현 국민안전처)의 조사에서 스프링클러 배관이 절단된 상태로 수년간 방치된 사실이 발견되는 등 심각한 문제점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소방방재청 조사 결과, 아모레퍼시픽 물류창고 창고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설비의 가지배관 15개 중 13개가 지난 2011년 3월 랙크설비 공사 과정에서 잘려 나갔는데 몰랐고, 소방시설 자체점검을 의뢰받아 수행한 업체도 이러한 스프링클러 배관의 단관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창고 천정에 스프링클러 헤드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관할 소방서인 대전 동부소방서는 소방시설 자체점검을 실시한 소방시설관리사에게 경고를 처분하고 소방시설 점검업체에는 8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런데 건물주인 아모레퍼시픽의 대표이사에게는 100만원, 소방안전 관리자에게는 50만원의 과태료만 부과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현행 소방시설법은 소방시설의 폐쇄나 차단 등의 행위를 한 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률 규정에도 소방서는 다른 화재사고와 달리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이다. 실제로 신 의원이 국민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소방시설법 제48조에 따른 소방법 위반 사법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14건의 벌금과 2건의 징역 등 총 17건의 사법처리가 이뤄졌다. 대부분 아모레퍼시픽 물류창고 보다는 경미한 사안이었는데도, 사법처리를 받았다.
신의진 의원은 “시설물 관리의 가장 큰 권한과 책임을 가진 사람은 건물주나 대표임에도 타 사례와 달리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후에 수천만원의 기부금을 줬다는 사실도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고 나서 1년 후인 올해 5월 관할 소방서에 5600만원을 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