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하수정 기자
2009.02.16 16:47:31
외환·한국씨티·부산은행 등 참여않기로
"자체 여력 충분한데 고비용 부담하라고?"
[이데일리 하수정 정영효기자] 진동수 금융위원장의 압박(?)이 안 통하는 은행도 있다.
주요 은행들이 정부의 자본확충펀드 가입에 동참키로 했지만 외환은행과 일부 외국계은행, 지방은행들은 "가입하지 않겠다"고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외환은행(004940)은 16일 자본확충펀드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부실 여신 비중이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올해 순익이 추가로 발생하면 1분기에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12%, 기본자본비율 9% 맞출 수 있을 것"이라며 "자본확충펀드의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자체적으로 자본을 관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본확충펀드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에는 적극적으로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말 바젤II 기준으로 BIS 비율 11.7%, 기본자본(Tier1)비율 8.7%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의 사실상 권고치인 12%, 9%를 소폭 하회한 것이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지난 15일 진 위원장과의 워크숍에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확충펀드 참여는 별개"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씨티은행은 "워크숍 참석은 은행연합회 이사은행 자격으로 한 것이고 자본확충펀드를 쓸 지 여부는 별도로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며 "지난해 말 본사로부터 8억달러를 신속하게 지원받은 바와 같이 필요한 경우 충분한 자본확충을 받을 길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은행(005280)도 "자본확충펀드에 들어가지않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바뀐 것이 없다"면서 불참을 공식화하고 있다.
대구은행(005270), 전북은행(006350) 등 비교적 덩치가 있는 지방은행들과 외국계은행인 SC제일은행 역시 소극적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본확충펀드가 아무리 크레딧 라인식으로 한도를 받는 방식이라해도 지난해 외화 지급보증시와 같이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경영간섭을 받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자체적으로 가능한 은행까지 자본확충펀드에 강제 가입시키는 것은 지나친 관료주의"라고 지적했다.
자본확충펀드에 가입하기로 한 은행들도 속 마음은 달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본확충펀드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은행이 고비용의 후순위채권이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저리로 자본 확충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자본확충펀드가 오히려 은행의 수익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대부분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자본을 확충했고 BIS비율을 상당 수준 올려놓았다"면서 "중소기업과 가계 부실이 본격화되더라도 위험수위까지 떨어질 은행이 많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자본확충펀드에 모두 가입하게 하고 공적자금 투입 얘기까지 나오는 것은 시장의 불안만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15일 진 위원장은 9개 시중은행과 워크숍을 가진 자리에서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농협, 광주은행 등으로부터 자본확충펀드에 참여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당초 우리은행, 농협, 기업은행 등 정부 관련 은행 외에는 자본확충펀드 참여를 꺼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