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잘나가던 회계법인 임원, P2P 대출 뛰어든 이유
by성선화 기자
2016.06.09 11:20:45
20일 기관투자자 대상 공식 론칭
서준섭 비욘드플랫폼 대표 인터뷰
자본금 20억 투자, "빚의 악순화을 끊을 것" 창업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그가 국내 최고 회계법인 임원직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주변 지인들은 모두 만류했다. 수십억대 고액 연봉의 임원이 ‘잘리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그만 두는 일은 정말 이례적이다.
카드론 대환 전문 P2P 플랫폼 창업을 준비했던 서준섭(·48) 비욘드플랫폼 대표는 더이상 미룰 수 없었다. 서 대표는 “지난해 10월 다음 회계 분기까지만 채워달라는 회장의 부탁을 정중히 거절하고 P2P 대출 플랫폼 30CUT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부실 채권 분야에 잔뼈가 굵은 서 대표가 창업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국내 최대 신용평가 기관과 협력해 카드론 신용평가 모델을 만드는 작업이다. 그는 “지난 3년간 카드론, 현금서비스를 사용한 전국의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했다”며 “500만개 달하는 데이터는 카드론 사용자에 대한 전수 조사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금융기관의 경쟁력은 고객 신용평가 모델에서 나온다. 얼마나 낮은 리스크로 우량 고객을 유치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서 대표는 “금융사의 신용평가모델은 이른바 영업기밀과도 같다”며 “신용평가 기관에서 제공하는 300여개의 기본 데이터를 어떻게 유의미하게 구조화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랜 경험을 통해 신용평가 모델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던 그는 거액을 투자해 자체 모델을 개발했다. 현재 국내 P2P 대출 플랫폼 중에서 신용평가 기관과 제휴해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을 만든 것은 비욘드플랫폼이 처음이다. 다른 업체들도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기본 데이터는 제공받지만 합작해 새 모형을 만든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서 대표는 “통계만 있을 뿐,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현재 통계 자료가 실제로 현실에 적용됐을 때 예상대로 결과가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30CUT은 앞으로 2년 동안은 개인 투자를 받지 않을 계획이다. 서 대표는 “기관투자자에 비해 개인들은 정보가 부족하다”며 “신용평가 모델이 검증이 된 이후에 개인 투자자를 받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P2P 플랫폼 랜딩클럽의 경우 전체의 80%가 기관 투자자다. 우리나라도 P2P 플랫폼이 정착되려면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가 늘어야 한다. 기관 투자자들을 유치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비욘드플랫폼은 공평, 세종저축은행을 기관투자자로 유치했고, 몇 군데의 기관투자자가 추가로 참여할 예정이다. 올해의 목표액은 1000억원이다.
서 대표는 P2P 플랫폼은 핀테크 벤처지만, 기본적으로 금융업이기 때문에 연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가 젊은 대표들이 주를 이루는 P2P 대출 업계에서도 자신감을 내비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기관 투자자를 끌어 들이려면 그들의 생리를 잘 알아야 한다”며 “더불어 금융업계 인맥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비욘드플랫폼이 기관들의 러브콜은 받는 이유 중 하나는 NH농협은행과의 제휴도 크게 작용했다. 피플펀드-전북은행에 이어 30CUT은 NH농협은행과 제휴를 맺고 오는 20일 론칭 예정이다. 30CUT은 대출자를 모집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지만, 나머지 금융업무는 NH농협은행이 담당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주 사전 신청자를 받기 시작했고 일주일만에 300여명이 몰렸다.
비욘드플랫폼의 궁극적인 목표은 ‘빚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 대표는 20억원의 자본금을 댔다. 그는 “기관 투자가들도 대표가 자본금 20억원을 직접 투자했다는 점을 높이 산다”며 “훨씬 더 큰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