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검찰청 김나영 수사관입니다”…'그녀목소리' 공개

by정다슬 기자
2015.07.30 12:00:00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혹시 최근 신분증, 면허증, 여권 등을 분실하거나 타인에게 양보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뇨, 아니 없는데요”

“그럼 요즘 각 은행이나 카드사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많이 됐는데요. 그걸로 인해 피해 보신 사례는 있으십니까?”

“아뇨”

“여쭤보는 이유는요, 저희가 7월 5일 불법도박 근무 사기단 일당을 검거한 현장에서 ○○씨 명의로 된 부산은행 통장이 발견됐습니다. 앞선 통장에서 8600만원 상당의 불법도박 자금액이 들어있어서 동결처리를 시켰는데 본인께서는 이 계좌에 대해 아는 부분 있으십니까?”

“근데 어디 경찰서죠? 여기 지금?”

“아, 경찰서가 아니고요. 부산 고등 검찰청입니다”



“검찰청이요”

“네네. 저는 형사부에 김나영 수사관이고요”

전문용어를 섞은 고압적인 어투로 심리적 압박을 가하면서 개인 금융정보를 요구하는 ‘여성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목소리가 공개됐다. 보이스피싱 사기범은 주로 ‘남성’이라는 세간의 편견을 노린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30일 보이스피싱 지킴이(http://phishing-keeper.fss.or.kr)에 보이스피싱 사기범과 피해자의 대화내용을 담은 18개의 녹음본을 추가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18건 중 13건이 검찰 수사관을 사칭해 피해자가 명의도용 등 금융범죄에 연루돼 조사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접근해왔다. 또 여성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이용해 이벤트 행사라며 통장 임대시 현금을 주겠다고 접근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 13일 보이스피싱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사기범들의 심리적인 위축을 위해 보이스피싱 사기범 목소리 21건을 공개한 바 있다. 이후 240개의 보이스피싱 녹음본이 추가로 신고·접수됐으며 사이트 방문자 수도 10만여명에 이르는 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감원은 아울러 최근 가짜 계좌번호를 이용한 신종 사기수법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예컨대 계좌를 보호해준다는 명목으로 피해자에게 돈을 보낼 계좌번호를 알려줄 때 일단 가짜 계좌번호를 알려준 뒤 피해자가 송금거부 메시지를 확인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피해자가 송금거부를 당한 후 재차 사기범에게 연락하면 그때서야 사기에 걸렸다고 확신하고 정상적인 계좌를 불러준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대포통장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사기범으로선 애매한 피해자를 노렸다간 통장 지급정지에 걸려 오히려 대포통장만 버리는 꼴이 되다 보니 최근엔 확실히 사기에 걸려든 피해자를 걸러내기 위해 이런 수법을 쓴다”며 “수사기관과 공공기관은 어떤 경우에도 계좌 보호조치 명목으로 특정계좌로 돈을 보내라고 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