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유가에 고민 커진 석유메이저들…"배당 줄일까, 빚 늘릴까?"

by이유미 기자
2015.01.08 12:57:07

지난해 국제유가 50% 이상 폭락해 수입 감소
투자비용·배당금 줄일지, 돈을 빌릴지 결정해야 할 시기

[이데일리 이유미 기자] 대형 에너지 기업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 몇 년간 벌어들인 수입보다 더 많은 돈을 배당금과 투자에 쏟아부은 에너지 기업들은 유가 폭락으로 인해 이같은 방침을 고수할 것인지, 허리띠를 졸라매야할 것인지를 두고 주판알을 굴리고 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에너지 메이저들이 투자를 줄여여 미래 수입원 감소를 감수할 지, 주주들 반발을 무릅쓰고 배당금을 줄일 지, 아니면 유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대규모 부채를 떠안을 것인지를 결정해야할 시기가 됐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엑손모빌, 로얄더치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등 대형 에너지사들은 현금흐름보다 더 많은 규모의 비용을 지출해왔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에너지 기업 12곳을 씨티그룹이 분석한 결과, 2013년 배당금과 투자비용은 현금흐름에 비해 24% 더 많았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해 6월 이후 유가가 폭락하는 과정에서도 새로운 사업분야를 위한 투자비용을 줄이지 못하고 있고 주주들도 지속 높은 배당금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메이저들은 근시일내에는 주주 배당금을 줄이지 않는 쪽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미셸 델라 비냐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배당금이 에너지 기업들에게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선으로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배당금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설비투자를 3년내 30% 줄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셸은 2013년 순현금흐름이 400억달러 가량이었지만 설비투자 비용과 배당금은 현금흐름보다 36% 많았다. 셸 대변인은 “배당금과 투자비용을 지금 수준처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돈을 빌릴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쉘의 자본금대비 부채비율은 지난해 13%였으며 회사는 30%까지 늘려도 된다고 설명했다.

엑손모빌의 경우 2008년부터 2013년까지(2009년 제외) 배당금과 설비투자보다 현금흐름이 더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배당금과 투자비용이 현금흐름보다 22% 더 많아질 것으로 씨티는 예측했다. BP그룹은 2013년에 배당금과 투자비용이 현금흐름보다 47%를, 지난해엔 58%를 초과할 것으로 추측된다. 회사측은 “회사 역사상 가장 큰 투자 프로그램이 끝났다”며 향후 투자비용 감소 계획을 내비쳤다.

배당금과 투자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부채를 이용하는 것이 부정적이지 않다고 WSJ는 분석했다. 특히 요즘과 같이 전세계적인 저금리 시기를 고려하면 이자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세계 최대 규모 4대 에너지기업들은 레버리지(타인 자본을 이용한 자금 조달)가 20% 이하로 건강한 수준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평가하고 있다 .

석유회사들의 현금흐름 대비 현금수요비율(자료=시티리서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