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엽의 노-다-지를 찾아서)원자재펀드, `묻지마` 시대는 끝났다

by이동엽 기자
2006.09.14 16:42:22

[이데일리 이동엽 칼럼니스트] 국내 원자재 펀드가 들썩이고 있다. 너도나도 원자재 펀드 판매에 나서고 있다. 수 년 동안 전세계에 불고 있는 원자재 투자 열풍의 열기가 이제서야 국내에 전달된 것이다.

그러나 유가 60달러 지지선이 위협받고 상당수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등 쉬어가는 장세를 보이는 시장에서 수익율 마이너스의 원자재 펀드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과연 국내에 소개된 원재자 펀드들은 일반 투자가들에게 대박을 안겨줄 수 있을까?

CJ자산운용은 `씨제이 쓰리 메탈 (CJ 3 Metal) 파생1호 펀드`를 시장에 내놨다.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구리, 아연, 니켈 등 산업용 원자재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파생결합증권 (DLS)에 투자하는 상품. 1년 만기후 원자재 가격이 평균 40% 이상만 떨어지지 않으면 연수익률 12%를 보장하는 펀드다.

이 상품은 만기에 세가지 금속 원자재 가격 동향을 쪽집게 도사처럼 찝어냈다. 2007년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는 현 상황에서 1년후 금속 원자재 가격이 40%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지난 5월 은값이 단숨에 40% 하락하는 폭락 장세를 경험한 분들에게는 아찔한 상품이다. 원자재 시장은 상승기세도 무섭지만 하락장세는 상승장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현기증이 난다.

옥수수, 설탕, 커피 등 농산물 관련 원자재 펀드를 국내에 소개한 바 있는 대한투자증권은 에너지, 귀금속, 비철금속, 농산물 등 원자재 전반에 분산투자하는 `대한퍼스트클래스커머더티 해외재간접펀드`를 선보였다. 펀드자산을 해외 상품 관련 지수를 추적하는 상장지수펀드 (ETF) 및 원자재 관련 해외 뮤추얼 펀드에 재간접 분산투자하는 펀드오브펀드 상품이다.

옥수수, 설탕 가격은 최근 바닥을 다지고 있는 반면 커피 가격은 크게 올라갔다. 투자자들은 대한투자증권이 몇 달 전에 소개한 옥수수, 설탕 펀드 수익이 매우 궁금할 것이다. 일반 투자자들은 새로운 상품 투자 전에 일단 수익율을 점검해 대투 실력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

이 상품은 분산투자를 강조한 상품이라 이전 상품처럼 큰 손해도 큰 이익도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뮤추얼 펀드에 분산투자하는 펀드오브펀드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수익이 발생해도 수수료 등 제반 비용을 공제할 경우 투자가들이 손에 쥘 수 있는 수익이 별로 없을 가능성이 우려된다.

한국투자증권이 소개한 `월드와이드 원자재 재간접펀드`는 30여종 원자재 선물지수와 100여종 원자재 관련 기업주식에 분산투자하는 원자재 투자 전용 펀드 상품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의 `글로벌 멀티에셋 재간접펀드`, 우리증권의 `우리 Commodity Index 플러스`도 한국투자증권 상품과 비슷하다. 이들 상품은 모두 크게 보면 대투상품과 유사하다.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 로저스 Commodity 인덱스 파생상품 펀드`를 소개했다. 재미있는 점은 투자 타이밍이다. 현재 로저스 원자재 인덱스 등 대부분 원자재 일반지수는 지난 5월을 정점으로 약 10% 가량 하락하는 등 계속 조정국면을 보이고 있다. 로저스 스스로도 지금 자기 지수 펀드 상품에 발을 들여 놓지 않을까 싶다.

원자재 투자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는 짐 로저스는 오래전부터 원자재에 투자하라고 이야기해왔다. 그가 이야기한 시점으로부터 벌써 10여년이 흘렀다. 그는 1997~1998년 "원자재 시장이 1992~1993년 호황기에 접어 들었으며 향후 10년동안 호황을 누릴 것이니 석유, 고무, 구리 등 원자재에 투자하라"고 주창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가 하는 이야기는 동일하다. 지난 15년 동안 원자재 산업에 대한 투자가 별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생산량이 감소하고 재고도 감소해 공급량이 부족하다는 내용이다.

그는 너무 빨리 원자재 부활을 부르짖었다. 그가 원자재 투자를 부르짖었던 때로부터 5년이 지나서야 원자재 시장은 본격적인 호황을 나타냈다. 그의 이야기 대로라면 앞으로 1~2년후가 원자재 시장의 호황이 끝나는 시점이 아닌가?



원자재 시장에 `묻지마 투자`를 통해 투자 수익을 내는 시기는 지났다. 원자재 시장이 동반상승하는 장에서 차별화되는 장으로 전환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단기 조정 국면에서 일반 지수상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물론 원자재 시장 장기호황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연기금 등 큰 손들이 원자재 지수 상품에 연계된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를 오히려 역이용하는 발빠른 헤지펀드 등 투자펀드들로 인해 지수상품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얼마전 기술적으로도 CRB 원자재 지수가 수개월내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차트상으로 5년 호황 사이클이 깨지는 일이 발생했다.

원자재는 강성에서 연성으로 순환하는 경향이 강하다. 금속, 비금속 등에서 농산물 원자재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금속 등 산업용 원자재 시장이 꼭지점을 향해 가고 있다면 연성, 농산물 원자재는 상승장을 타는 시기가 시작될 것이다. 실제로 다우 에이아지 원자재 인덱스에서 농산물 분야는 지난 1년 동안 변화가 거의 없었다. 오히려 5~10% 하락한 분야도 있다.

현재 원자재 분야에서 관심을 끄는 분야는 에너지다. 에너지는 몇 년 동안 단기간에 급등했음에도 수요 변화가 별로 없었다. 물론 공급 증가가 변수이긴 하지만 당분간 과거와 같은 10달러대 저유가 시대가 오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70달러대가 무너지고 40~50달러선을 바라보는 경우를 예상할 수도 있지만 지난 1년간 다우 에이아이지 원자재 인덱스상에서 원자재가 30% 가까이 하락했다는 점은 투자에 긍정적이다.

위 두가지 경향을 고려할 때 원자재 전체 지수펀드보다는 농산물, 에너지 등 섹터를 잘 골라 투자하는 것이 좋겠다. 관련 분야 상장지수펀드 등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특히 농산물 경우 조류독감 등을 감안해 돼지고기를 사는 것이 유리하다고 로저스는 권하고 있다. 10월에 등장할 한국선물시장의 돈육선물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겠다. 농산물 원자재 직접투자보다 부동산 투자를 선호하는 분들은 농산물 원자재 시장 호황으로 수혜를 누리고 있는 미국 아이오와주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고려해 볼 수 있겠다.

금속 등 뜨거운 원자재 시장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면 메릴린치 월드 마이닝 펀드로 눈을 돌려보자. 에비 함브로 등 전문펀드 매니저가 운영하는 이 펀드는 1997년 500만달러로 시작해 현재 7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그동안 실적을 고려할 때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는 아버지가 유명한 금광회사 사장이기도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업계에 정통하다. 국내 일부 자산운용사에서 판매하고 있다.

끝으로 한마디. 시카고 원자재 거래소 거래량이 2006년 5월 이후 다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우고 있는 이 시점에 짐 로저스는 어린 딸에게 중국 보모를 붙여 중국어를 가르치고 중국 주식을 사모으는데 열중하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