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윤경 기자
2005.05.31 18:28:21
대책 비웃듯 땅값상승하자 `질책성` 당부
"투기막을 강력대책 필요" 강조
[edaily 김윤경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의지를 다시 한 번 불태우고 있다.
부동산 투기만큼은 어떻게든 막겠다고 계속해 공언해 왔고 대책까지 잇따라 내놨지만 이를 비웃듯 부동산 가격이 치솟자 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이 모인 자리에서 "과연 목표에 맞는 정책이 마련되고 있는지 점검하라"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강력한 대책 마련도 주문한 것은 기존 대책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되면서 관련 부처 등이 어떻게 대응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투기 막을 강력대책 필요..정책수단 점검하라"
노 대통령은 지난 30일 오후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투기적 이익에 대해선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결국 서민생활에 부담과 피해를 주게 되고 경제 시스템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에 강력한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특히 "부동산 투기 방지라는 목표와 정책수단의 불일치가 없는지 끊임없이 점검해 줄 것"을 주문했다.
또한 경제보좌관과 경제정책수석이 이를 점검해 추후 보고하는 기회를 갖기로 했다.
◇대책 비웃는 현실 잡기 `고심`
김 대변인은 발언 배경과 관련, "관련 보고가 있거나 특별한 상황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 대통령이 생각해 왔던 점을 밝히는 차원이었던 것 같다"고 했지만 노 대통령의 발언을 쉽게 듣고 넘기기엔 현실이 만만치 않다.
특히 이날은 참여정부 출범이후 공시지가가 무려 54%나 급증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이것이 추후 땅값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또한 `5.4 부동산 안정대책`과 `5.6 토지시장 안정대책`에도 불구, 강남과 판교 등 일부 지역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데 대해 노 대통령이 `작심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이와 관련, "대통령은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일종의 약속을 한 것인데, 정작 땅값은 오르고 있어 마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과 같다고 보고 약속 이행을 위해 나서달라고 질책성 당부를 한 것"이라고 언급,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했다.
정 보좌관은 "초과이익에 대한 기대심리가 투기를 불러오고, 부동산에 돈이 몰리면 주식시장 등에는 돈이 돌지 않아 악순환이 계속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같은 심리적 고리를 끊고 경기를 선순환시키자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체적 정책이 하루아침에 나올 순 없겠지만 일관되게 원칙에 근거해 효과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을 밝혔다.
이는 바꿔 말하면 `5.4 대책`이나 `5.6 대책` 등 이미 나올 수 있는 대책이 다 나온만큼 노 대통령이 주문한 `강력한 대책`을 내놓기 쉽지 않다는 말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건교부 "기존 대책 실효성 살리겠다"
주무 부처인 건설교통부 역시 대통령의 지시에 어떻게 움직여야 할 지를 두고 고심중이지만 새로운 정책 내놓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건교부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미 발표한 `2.17 대책`, `5.4 대책` 등이 제대로 시장에서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에 대해 파악하는 중"이라며 "새로운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앞서 발표된 대책을 시장 상황에 따라 적절히 구사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정책의 실효성을 꾀하는 방법으로 땅값을 끌어올리는 주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동시다발적인 전국 단위 개발보다는 우선 순위를 정해 개발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추병직 건교부 장관은 31일 "80년대말 집값이 많이 상승했는데 신도시로 집값을 안정시켰다"며 "특정지역은 억제하되 공급은 확대해 나가면서 집값을 잡겠다"고 언급했다.
또 "재건축규제 완화는 법과 규정, 국가 질서의 범위에서 추진할 것"이라며 "인위적으로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재건축규제 완화→투기→주택가격 상승`을 우려, 정부가 재건축 억제에 나서는 정책을 전개하면서 오히려 주택공급이 위축돼 가격이 더욱 오르면 투기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을 수용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즉, 단기적인 억제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급확대가 투기방지책일 수 있다는 논리인 것이다.
한편 청와대 참모진이나 건교부 모두 규제 일변도의 투기억제 정책이 자칫 건설경기 위축을 불러와 전반적인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과 관련해선 "일단 투기를 막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정 보좌관은 "현재 각종 경기지표가 좋진 않지만 특별히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건설경기 위축보다는 투기를 막는데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