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미친 집값' 논쟁중…더 오른다 vs 거품 꺼진다
by김정남 기자
2021.12.29 13:28:07
미국 10월 케이스-실러 지수 19.1% 상승
'역대급' 상승 폭이지만…두달째 하락 국면
올해 폭등 '미친 집값' 향방 두고 갑론을박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내년 집값 폭등세는 지속할까, 아니면 역대급 거품이 꺼질까.
코로나19 사태 이후 치솟은 미국 집값 향방을 두고 논쟁이 일고 있다. 최근 두 달간 주택가격 상승 폭이 줄면서다. 팬데믹 장기화에 따른 재택근무 트렌드에 ‘내 집’ 수요가 여전하다는 분석과 함께 역사적인 수준의 과열이 진정되는 징후라는 관측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 지수(S&P Dow Jones Indices) 등에 따르면 올해 10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계절조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19.1% 상승했다. 미국 전역의 집값이 평균 20% 가까이 올랐다는 뜻이다.
이 지수는 칼 케이스 웰즐리대 교수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공동 개발한 것이다. S&P와 부동산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수 위원회가 관리를 맡고 있어 공신력이 높다.
‘미친 집값’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번지는 건 10월 상승률이 9월(19.7%) 대비 다소 둔화했기 때문이다. 8월 20.0%로 정점을 찍은 후 두 달째 내렸다. 전월(9월)과 비교한 상승률은 0.8%로 나타났다. 9월(1.0%)보다 0.2%포인트 내렸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건 상승률의 ‘절대치’다. 두 자릿수 오름 폭 자체가 매우 이례적일 정도로 높고, 이 수준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상승 국면이라는 것이다. 10월 19.1%의 오름 폭은 지난 34년간 산출된 통계 중 네 번째로 높다고 S&P 다우존스는 전했다. 1~3위는 올해 7~9월이었다. 팬데믹 직전인 지난해 1월만 해도 주택가격 상승률은 4.0%에 불과했다.
집값 폭등은 코로나19 이후 꼬여버린 수급에서 비롯했다. 팬데믹 장기화에 재택근무가 일상화하자 도심 아파트를 피해 거점 도시와 인접한 교외 주택으로 이주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도시 주변 주택가격이 오른 것이다. 10월만 해도 애리조나주 피닉스(32.3%), 플로리다주 탬파(28.1%), 플로리다주 마이애미(25.7%),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25.5%), 텍사스주 댈러스(24.6%),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24.2%), 워싱턴주 시애틀(22.8%),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22.5%) 등 적지 않은 거점 도시들이 20% 이상 올랐다.
이 와중에 엄청난 유동성은 주택시장을 떠받쳤다. CNBC에 따르면 지난주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3.05%다. 15년 만기의 경우 2.66%로 떨어졌다.
코로나19 변이도 계속 나오고 있다. 뉴욕주의 한 부동산 중개인은 “예상과 달리 재택근무가 끝나지 않고 또 다른 근무 형태로 자리 잡는 분위기가 있다”며 “집값 상승은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CNN이 존스홉킨스대의 데이터를 인용한 결과를 보면, 이날 기준 미국의 최근 일주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25만4496명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주택시장 거품이 심각한 만큼 냉각은 시간문제라는 관측 역시 있다. 케이스-실러 지수는 올해 1월 11.3%를 시작으로 12.2%(2월)→13.5%(3월)→15.0%(4월)→16.9%(5월)→18.8%(6월)→19.8%(7월)→20.0%(8월)→19.7%(9월)→19.1%(10월) 등으로 전례가 없는 폭등세를 이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S&P 다우존스 집계를 두고 “과열된 주택시장이 식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부동산 초호황을 견인한 돈 풀기가 내년이면 긴축으로 돌아선다는 점이 변수다. 월가 금융사 한 인사는 “현재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1.4%대”라며 “내년에는 장기시장금리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게 컨센서스”라고 말했다. 이에 연동된 대출금리는 더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주택시장에는 악재다.
S&P 다우존스의 크레이그 라자라 매니징 디렉터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교외 주택 등에 대한) 이같은 수요 급증이 영구적인 변화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흐름인지 이해하려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