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신혜리 기자
2012.05.22 16:42:11
[이데일리 신혜리 기자] "부실 저축은행을 또 맡으라구요? 안될 말입니다. 기존 저축은행의 영업 정상화가 우선이에요."(A금융지주 한 임원)
금융당국이 주요 금융지주회사들을 대상으로 최근 영업정지된 솔로몬 등 4개 저축은행의 인수 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팔 비틀기`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미 작년에도 금융지주회사에 영업정지 저축은행들을 떠넘긴 바 있다. 그래서 우리금융은 삼화(현 우리금융저축은행), KB금융은 제일(현 KB저축은행), 신한금융은 토마토(현 신한저축은행), 하나금융은 에이스와 제일2(현 하나저축은행) 저축은행을 각각 자의반 타의반으로 인수했다.
그런데 작년에 이어 또 다시 금융당국이 금융지주회사들에게 부실 저축은행 뒷처리를 떠맡기려 하면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작년에 인수한 저축은행 정상화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정책 실패의 책임을 또 금융지주에 떠넘기려는 게 아니냐는 항변이다. 실제로 금융지주로 인수된 KB와 신한, 하나저축은행 등은 지난 1분기까지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지주 고위관계자는 “이미 인수한 저축은행의 경영도 버거운데 추가로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당국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특히 솔로몬과 한국, 미래저축은행의 경우 덩치가 커 현실적으로 금융지주회사 이외에는 적당한 인수 후보를 찾기 힘들다. 실제로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4대 금융지주 이외에는 적당한 인수 후보가 없다”면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편법이 아니라 정공법이 필요하다. 금융지주회사들의 팔을 비틀어 부실 저축은행들을 떠넘기지 말고, 예금보험공사의 `상호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 자금을 투입해 근본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서민금융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망각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외형 확장에만 급급했던 저축은행들에 대해 전면적인 구조개편 방안도 뒤따라야 한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금융당국은 임시방편이 아닌 해당 저축은행의 근본적인 구조조정과 저축은행 시스템 전체에 대한 구조개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신용금고에 은행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대형화를 부추겨 놓고선 감독은 외면하며 사실상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공범 역할을 했다.
저축은행 부실을 제대로 예방하지 못했다면 뒷처리라도 깔끔해야 한다. 만만한 금융지주회사들에게 뒷처리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