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를 움직이는 손..`볼커가 돌아왔다`

by김경민 기자
2010.01.22 16:46:30

美금융규제 방안, `볼커 법안`으로 불려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폴 볼커가 돌아왔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산업 규제방안에 대한 충격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법안의 핵심인물로 82세의 폴 볼커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위원장이 지목되고 있다.

▲ 폴 볼커 위원장(왼쪽)이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산업 규제방안 발표를 듣고 있다. (출처=가디언)
2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볼커가 `볼커 법안(Volker's rule)`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겸업 금지를 주장해왔던 볼커 위원장의 주장이 이번 계혁안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볼커 위원장은 역시 뒷방 할아버지가 아니었다. 사실상 `글래스-스티걸` 법안의 부활과 함께 금융시장 구조를 뒤흔드는 큰 손으로 무대의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그래서 월가의 호사가들은 전날 오바마 대통령과 나란히 기자회견장에 오른 그의 모습은 상징적이기까지 하다고 평가했다.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도 "키 큰 어르신이 내 뒤에 있다"고 말해 은유적으로 볼커 위원장이 이번 계획의 중심이었다는 것을 표현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상업은행의 자기자본투자(PI)를 금지하는 한편 인수합병을 통한 덩치 불리기도 제어하겠다고 했다.

볼커는 20년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지니는 등 한 때 미국 경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었다. 오바마 정부에서 자문 역할을 맡았던 그는 이번 계혁법안을 통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WSJ는 "이번 법안은 볼커가 돌아온 것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라면서 "세상이 다 바뀌었어도 그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볼커가 오바마의 입을 빌려 대형은행들의 수익성과 엄청난 보너스에 대한 철퇴를 가하려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티머시 가이트너를 대신해 볼커가 금융산업 개혁의 주도권을 쥐면서 오바마 정부의 월가에 대한 규제 수위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