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태극기~` 510만불 수출주역
by전설리 기자
2004.04.19 15:57:28
쇼박스 최종환 대리, "신뢰 바탕한 영화 세일해야"
[edaily 전설리기자] 한국 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거머쥔 `태극기 휘날리며`가 해외에서도 흥행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동남아시아 5개국과 유럽 등 15개국과 판매 계약을 체결해 총 510만달러의 해외 수익을 거둬들인 것.
`태극기 휘날리며`의 해외 흥행 신화 뒤에는 배급사 쇼박스에서 해외 세일즈를 전담하고 있는 최종환 대리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깐느 영화제에서도 더 많은 해외 배급사들에 `태극기 휘날리며`를 소개하고자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최대리는 요즈음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면서도 피곤한 기색이 전혀없다.
현재까지 총 510만달러의 판매고를 올린 `태극기 휘날리며`가 미국 주요 배급사와도 협상을 진행 중인데다 내달 12일부터 열리는 깐느 영화제 출품과 세일즈 활동을 통해 추가 해외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
지난달 폐막한 아메리칸필름마켓(AFM)에서 `태극기 휘날리며`에 대한 바이어들의 뜨거운 반응에 대해서도 싱글벙글이다.
"`실미도`에 이어 `태극기 휘날리며`가 잇달아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한 것이 해외에서도 화제입니다. 두 영화 때문에 다른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을 정도니까요. 아시아에서 한국 영화는 실질적인 최강자로 부상했습니다. 일본의 경우 실제 나오는 영화가 몇 편 안되는 데다가 홍콩 영화는 거의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가운데 한국 영화는 단연코 수준이 높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실제로 AFM에서 `태극기 휘날리며`의 관심은 이례적이었다. 보통 AFM에서는 언론과 일반 관객,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스크리닝을 하는데 `태극기 휘날리며`의 경우 진짜로 돈내고 영화를 사갈 사람들인 바이어들만을 대상으로 `buyers invitation only` 입장 제한 푯말을 내걸고 시사회를 개최했는데도 발디딜 틈이 없었다고 한다.
오는 5월 개최될 깐느도 기대되는 시장이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상업영화인 관계로 깐느 영화제에서 수상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AFM에 오지 않았던 다른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세일즈를 진행할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최 대리는 "아시아쪽은 AFM에서 거의 다 팔렸기 때문에 이번에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비교적 영화 시장이 큰 유럽 국가들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해외 마케팅을 맡게 된 건 행운이었다고 최대리는 말한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경우 영화가 잘 알려지고 인기가 좋아서 잘 팔렸다는 것. 누가 봐도 좋은 영화이니만큼 가능한 한 많이 알려서 보게 하고 사게 하는 것이 마케팅 전략이라면 전략이었다는 것.
하지만 너무 유명해서 생기는 부작용도 있다. 해외에서 해적판이 나도는 것이다. 보통 DVD 판권을 같이 사가는 해외업체가 자국에서만 DVD를 파는게 아니라 다른 나라에까지 DVD를 파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는 것. 최대리는 "국제법으로도 통제하기 애매한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해외 배급 스케줄을 잘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영화 해외 수출 강점에 대해 최 대리는 "그 어느 나라에서도 쓰지 않는 언어와 독특한 문화"라고 지적했다. 영어권 나라들이 소재와 스토리들을 소진해버린 가운데 한국 영화들의 독특한 소재가 강점이 되고 있다고.
한국 극장 시장이 좋은 것도 호재다. 인구의 4분의 1이 본 영화가 나올 정도로 국내 극장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어 재투자의 선순환 구조가 나온다는 것이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
하지만 어려움도 적지 않다. 중동 영화가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하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로 문화적인 이질감에서 오는 관객 동원의 어려움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대리는 "최근 일본 등에서 문화적 이질감이 극복되면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중국도 한류 열풍으로 뜨겁다"며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낙관했다. 한국 영화 시장이 아시아에서 커질만큼 커진다면 헐리우드 쪽으로도 진출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한국 영화 해외 수출 전망에 대해서도 최대리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제작 단계에서 해외 펀딩을 받기도 하고 해외 시장을 고려해서 만드는 등 등 국제화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코메디와 조폭 일색에서 최근 소재가 매우 다양해졌다는 것도 괄목할만 합니다.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 `스캔들`, `태극기~`, `실미도` 등이 그 예입니다. 소재의 다양성이 지금처럼만 유지된다면 수출 전망이 더욱 밝아질 것입니다"라고 낙관했다.
`한국 영화의 인터내셔널 펀딩`이 궁극적인 꿈이라는 그는 "한국 영화가 해외 시장에서 더욱 성장하기 위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이때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단골 고객들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불과 4~5년 사이에 한국 영화들이 해외 시장에서 가격이 비싸지는 등 위상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안비싼 영화도 비싸게 불러서는 안된다"며 "영화를 사간 사람이 투자한 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다시 사러오지 않을 것 아니겠나"며 신뢰를 기반에 둔 세일즈로 한국 영화를 알려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최종환 대리 약력
-72년 서울 출생
-98년 고려대학교 경영학부 무역학과 졸업
-~00년 한국미쓰이물산
-~02년 일신창투 해외판권 담당
-02년~ 쇼박스 해외마케팅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