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개혁이 우선돼야”…與野, 중대선거구제 도입 ‘설왕설래’
by김기덕 기자
2023.01.05 11:41:13
윤 대통령 발언 이후 정치권 ''갑론을박''
여야, 총선 유불리 따지며 신중한 입장
거대양당 고착화 우려…“비례대표 손봐야”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발언한 이후 정치권에서도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논의에 불이 붙고 있다. 각각 영남권과 호남권을 핵심 표밭으로 둔 여야는 아직까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며 물밑에서 차기 총선에서 유리한 셈법을 따지는 모양새다. 다만 선거법을 개정한다고 해도 현행 대통령제에서는 효과성이 없는데다 승자독식의 거대 양당 체제가 더욱 고착화될 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거구제 개편 이전에 공천 개혁을 통해 비례대표제를 손봐야 한다고 주문한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년 4월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1년 전인 올 4월까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선거구제를 서둘러 확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행법상 선거 1년 전에 선거구를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여야 합의기구인 정개특위에서는 오는 2~3월에 복수의 선거제 개편안을 만들어 각 당의 입장을 정리, 최종 결론을 낼 예정이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1개 지역구에서 1명의 의원을 뽑지만, 중대선거구제는 1개 지역구에서 2~3명의 의원을 선출한다. 중대선거구제는 기존 소선거구제에 비해 사표를 방지할 수 있으며, 압도적 의석을 가진 거대 양당을 견제하고 다양한 의견을 가진 군소 정당이 원내로 들어와 인물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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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아직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선거구 개편은 여러 복잡한 문제가 있으며 지역구마다 사정이 달라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다”며 “민주당도 차기 총선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현 정치구조의 문제점을 극복할 제도가 무엇인지 바람직한 방향을 보고 결정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열린 정개특위 회의를 마치고 이양수 정개특위 여당 간사는 “시범적으로 실시를 한다고 해도 5년 뒤인 차후 총선에서부터 적용하면 저항이 덜 할 수는 있다”며 유보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도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에 일부 시범적으로 도입돼 국민의힘에 비해서는 다소 유리한 결과를 얻었지만, 이를 차기 총선에서 수도권 지역에 적용하면 다수 의석을 빼앗길 수 있다는 의중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현재 수도권 의석 수 121석 중 국민의힘 17석을 제외하고 나머지 의석을 싹쓸이한 상황이다. 전날 박홍근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중대선거구제는 소위 중진 의원들 중심의 기득권을 고착화하는 단점도 있다”며 도입을 경계하는 발언을 했다.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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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중대선거구제가 당초 취지대로 작동하지 않고 양당 독식 구조를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한다. 실제로 정치권은 지난 1973년 제9대 국회에서 1985년 제12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2인 중선거구제를 채택했지만, 실제 효과성이 없어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는 다시 소선거구제로 전환해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김형준 명지대 특임 교수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을 할 때 현 대통령제 체제하에서의 권력 구조와의 조화성, 선출방식 변경에 따른 지역구 책임·대표성의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현행 양당제가 다당제로 간다고 해서 정치 양극화가 해소된다는 보장도 없다. 단순히 정치 공학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오히려 일부 당 지도부에 끌려가지 않도록 정당의 민주화를 확보해야 한다”며 “먼저 공천 제도를 선봐서 비례대표를 통해 정말 능력있는 사람이 국회에 들어와 소신있게 행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