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중국과 군사적 충돌 과소평가"…美 신뢰 때문?

by신정은 기자
2021.08.23 11:57:44

中, 대만 해협 상공 전투기 6일 연속 진입
대만 전문가 "기대하는 두려움 볼 수 없어"
차이 총통, 아프간 사태 후 "스스로 강해져야"

중국 전투기 젠(殲·J)-20. (사진=AFP)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대만을 향한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대만 국민들은 예상보다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같은 긴장 상황에 익숙해진데다 미국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대만인들은 중국의 위협을 과소평가하고 ‘대디 아메리카’(Daddy America)를 신뢰하고 있다”며 “반중 정서는 커지고 있지만 대만 정부는 전쟁 대비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들어 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중국 군용기는 지난 21일까지 6일 연속으로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 또한 중국군은 최근 둥펑(東風·DF)-15B로 보이는 신형미사일 2기의 시험 발사에 나섰다.

필립 데이비슨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지난 3월 중국이 향후 6년 안에 대만을 침공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만 국민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대만 해협의 공군기지 인근에 거주 중인 대만인 차이후춘 씨는 평생 전투기 굉음을 듣고 살았다면서 “이제 오후에도 활동하고 심지어 밤에도 점점 더 자주 이륙하고 있다. 우리 이미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4월 대만의 한 여론조사에서 중국과 대만이 군사적 충돌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39.6%에 불과했다. 지난해의 35%와 2004년의 25%보다는 늘어났으나 여전히 대만인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전쟁이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의미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대만 전문가인 리처드 부시는 “당신이 기대하는 두려움을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대만 정부는 최근 자주국방 강화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점령된 것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지난 18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린 민진당 중앙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최근 아프간의 정세 변화를 언급하면서 “대만의 유일한 선택은 바로 자신을 더욱 강하게 하는 것”이라며 “더욱 단결하고 더욱 굳건히 자신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 국방부는 최근 원점 타격용 미사일 양산을 위한 2000억대만달러(약 8조4000억원) 규모의 특별예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이번 특별예산건은 차이 총통의 재가가 떨어져 내달 초 행정원이 예산안을 입법원(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아울러 대만 행정원은 오는 26일께 내년도 국방예산을 올해보다 109억대만달러 늘어난 3726억 대만달러(약 15조7000여억원)로 편성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대만 국방부 대변인인 스순원(史順文) 소장은 “행정원에서 내년 국방예산안을 심의 중이라면서 외부 억측에 대해 논평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