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vs. 식약처 누구 말이 맞나
by류성 기자
2020.10.22 11:00:00
보톡스 허가취소 두고 양방 자존심 싸움 번지는 양상
허가취소 확정시,국내 보톡스업계도 똑같은 운명
식약처,출하승인없이 판매, 메디톡신 허가취소 결정
식약처, 해외수출도 출하승인 없이는 불법
메디톡스,수출용은 식약처 허가받지 않아도 합법
| 보톡스 둘러싼 메디톡스 vs 식약처 2R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
[이데일리 류성 기자] 국내 대표 보톡스 전문기업 메디톡스와 식약처가 보톡스 제품의 허가취소를 둘러싸고 또다시 법적공방을 개시하면서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이번 법적 공방은 그 결과에 따라 국내 보톡스 업계 전체가 자칫 공멸의 수순을 밟을수 있도 있어 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식약처는 19일 국가출하승인을 거치지 않은 메디톡스의 주력 보톡스제품인 ‘메디톡신’과 ‘코어톡스’에 대해 잠정 판매중지 및 회수명령을 내렸다. 식약처는 여기에 이들 제품에 대해 약사법 위반으로 허가취소 처분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메디톡스는 이번 식약처의 행정조치에 대해 바로 반격에 나섰다. 식약처가 행정 조치등을 내린지 불과 하루만인 20일 메디톡스는 메디톡신 및 이노톡스 의 회수폐기 및 제조판매정지 명령의 집행정지를 청구하는 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식약처는 메디톡스가 허가받지 않은 원액을 메디톡신 제조에 사용했다며 판매 정지와 품목 허가취소를 내린 바 있다. 식약처의 이 행정조치는 집행정지를 청구한 메디톡스의 손을 법원이 들어주면서 현재 효력이 정지된 상황이다.
이번 식약처의 행정조치와 관련해 메디톡스(086900)와 식약처가 보이고 있는 이견은 크게 두가지다. 먼저 양쪽은 도매상을 통해 판매한 보톡스 제품이 내수용이냐, 수출용이냐는 것을 두고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식약처는 “메디톡스가 도매상들에게 건넨 제품은 내수용인데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아 약사법을 위반했다”면서 “명백한 제품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번 행정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메디톡스가 국내 도매상에게 제품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상거래 행위 자체가 곧 내수판매를 의미한다는 입장이다. 국가출하승인은 위험도가 높은 의약품을 제조,판매하려면 사전에 국가의 품질평가와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제도다.
반면 메디톡스는 “도매상들에게 판매한 메디톡신등 보톡스 제품은 모두 수출용이기에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아도 돼 합법이다”면서 “이번 행정조치는 식약처가 수출용을 내수용으로 잘못 판단해 내린 위법적인 결론이다”고 반박했다.
메디톡스는 “수출용 의약품에 대해서는 식약처가 관여할 영역이나 사안이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도매상들에게 판매한 보톡스 제품은 전량 해외수출로 소진됐고 국내 시장에 풀린 물량은 전무하다는 게 메디톡스의 주장이다.
식약처와 메디톡스가 뚜렷한 견해 차이를 보이는 또다른 쟁점은 수출용 의약품에 대해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부분이다.
식약처는 “수출용 의약품도 예외없이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한다”면서 “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수출한 의약품은 약사법 위반으로 허가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식약처는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으려면 수입업자의 요청이 있거나, 식약처장이 면제한 품목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등 제품은 수입업자의 요청도 없었고, 식약처장이 면제한 품목도 아니어서 국가출하승인 대상품목이라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메디톡스는 수출용 보톡스제품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아도 돼 합법이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메디톡스는 “그간 보톡스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국내 보톡스 업체들 모두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아무런 규제없이 자유롭게 수출을 해왔다”면서 “국가출하승인은 내수용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수출용은 해당이 안된다”고 했다.
이번 식약처의 행정조치는 국내 보톡스 업계의 생존과도 직결된 사안이어서 업계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간 국내 보톡스 업체들은 메디톡스처럼 수출용 보톡스 제품을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도매상들을 거쳐 판매해왔다. 메디톡스의 주력제품들에 대해 식약처가 약사법 위반을 적용해 허가취소 절차를 밟고 있는 것처럼 여타 업체들도 유사한 처벌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메디톡스 외에도 국내 보톡스 업체 대부분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않고 도매상들을 거쳐 보톡스 제품을 해외로 수출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에만 국내 보톡스업체들은 1616억 상당의 보톡스제품을 수출했다.
만약 식약처가 추진하고 있는 메디톡스의 주력제품들에 대한 허가취소가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다른 보톡스업체들의 제품들도 줄줄이 허가취소 사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한 보톡스 업계 관계자는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메디톡스의 보톡스 제품에 대해 약사법 위반을 근거로 허가취소가 최종 결정되면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 처지에 놓일 수 밖에 없다”면서 “자칫 국내 보톡스 업계 전체가 공멸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식약처는 현재 ‘확전’을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메디톡스는 약사법을 위반한 분명한 증거가 있어 행정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다른 보톡스 업체들은 아직 뚜렷한 법 위반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