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성곤 기자
2016.10.09 18:00:00
-20대 총선 민심 놀란 여야 20대 국회 말로만 협치
-정세균 개회사 소동·김재수 해임안 놓고 정면충돌
-정치, 그레이트코리아 디딤돌 아닌 걸림돌
-국감파행 대선 기싸움…정기국회 도처 지뢰밭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협치라 쓰고 대치라 읽는다.”
여야는 20대 국회 출범 당시 ‘협치’를 다짐했다. 여소야대 지형의 3당 체제라는 총선 민의에 놀란 정치권이 드디어 정신을 차리는가 싶었지만 그 때뿐이었다. 20대 국회는 정기국회 시작과 더불어 파행의 연속이었다. 국정감사 역시 여야의 민생국감 다짐에도 내년 대선을 앞둔 기싸움이 치열하다.
한마디로 정치가 ‘위대한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한국사회의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는 디딤돌이 아니라 걸림돌이다. 북한의 제5차 핵실험이라는 미증유의 안보위기에도 요지부동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란 속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치권은 천하태평이다. 협치는 돌이킬 수 없는 국민의 명령이다.
◇여야, ‘협치 다짐’ 공염불…극한 파행·대치 되돌이표
여야는 생산적 국회를 다짐했다. 시정잡배처럼 물리적 충돌을 일삼았던 동물국회와 국회선진화법의 여파로 무기력하기만 했던 식물국회의 오명을 벗겠다는 것. 국민들은 기대를 가졌지만 여야의 변신은 작심삼일이었다.
20대 국회는 정기국회 시작과 더불어 파행을 경험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것. 볼썽사나온 모습은 또다시 재현됐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통과의 후폭풍으로 여야의 극한대치가 열흘 가까이 지속된 것. 급기야 집권여당이 국감을 보이콧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빚어졌다. 반쪽 국감사태는 여론의 비난 탓에 4일부터 정상화됐지만 여야의 갈등은 끝이 없었다.
여야의 극한 대치는 우리 정치권의 고질적인 병폐다. 5월말 개원 이후 4개월여 동안 싸우고 또 싸우느라 시간만 허비했다. 여야 모두 8월 전당대회에서 강경 지도부가 탄생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주요 현안에 머리를 맞대기보다는 상대를 꺾어야 우리가 산다는 대결적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김 장관 해임건의안이 정치공세라며 반발했던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의 목소리가 강경론에 묻힌 게 대표적이다. 또 새누리당 소속의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이 국감 보이콧 당론을 거부하고 국감에 참여한 것도 배신행위로 매도당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여야 대선 기싸움 가속화
여야의 극한 대치는 대선에서 표를 줄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태도다. 더욱 한심한 것은 대한민국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환경이 사실상 비상사태라는 것이다. 가계부채, 수출부진, 안보위기, 청년실업, 저출산고령화 심화 등 크고작은 난제에도 여야는 싸움박질만 지속했다. 특히 안보와 경제가 동시에 흔들리는 쌍끌이 위기 속에서 정치권은 사태해결보다는 갈등을 오히려 부추겼다. 거칠게 말하면 300명 여야 의원이 놀고먹은 셈이다. 국회의원 친인척 보좌진 채용에 대한 비난여론이 극심할 때 여야는 특권폐지 법안을 당장이라도 합의 처리할 기세였지만 깜깜 무소식이었다.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이었다.
국감 역시 생산적 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청와대 비선실세 개입 논란이 불거진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은 모든 상임위에서 난타전이 불거졌다. 여야가 공언했던 민생은 없고 정쟁만이 난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증인 채택을 놓고 고성이 오가는 것은 물론 여야의 격돌과 대치가 국민들에게 그대로 생중계됐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예술이 아니라 ‘너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사생결단이 난무하는 전쟁터였다. 국감 이후 상황도 쉽지 않다. 법인세 인상 여부를 둘러싼 여야 격돌이 불가피하다.
이대로 가면 20대 국회 역시 역대 국회를 뛰어넘는 최악의 국회로 기록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여야 모두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의식해 선명성 경쟁을 벌이면서 국회의 파행이 재현될 소지가 다분하다”면서 “대선은 중도층 공략과 외연확대가 핵심이다. 여야가 선명성 경쟁에서 벗어나 입법활동과 행정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이룰 수 있는 목표”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