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러시아 전승 기념 행사에 김정은 대신 김영남 참석

by장영은 기자
2015.05.04 15:19:29

러시아 김정은 초청했으나 고사
헌법상 국가 수반인 김영남 상임위원장 참석키로
러시아에 대한 예우 갖춰…표면적으로 북-러 관계 이상無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다음달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러시아의 제2차세계대전 승전 기념행사에 북측 대표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하기로 했다.

북한은 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헌법상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국가수반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참석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북한은 김정은 제1비서의 전승절 행사 불참을 공식 확인했다.

러시아는 당초 이번 행사에 김정은 제1비서를 초청했다. 이후 러시아 정부에서는 여러차례에 걸쳐 김 제1비서가 전승절 행사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지만, 지난달 말 돌연 상황이 뒤집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김 제1비서의 전승행사 불참을 발표하며 “북한 내부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제1비서의 전승절 행사 불참으로 북-러 관계가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참석으로 이번 사태는 일단 봉합될 것으로 보인다.



김 상임위원장은 국가수반이자 대외적으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부터 정상외교를 도맡아온 만큼, 러시아 전승절 기념행사에 대한 외교적 예의는 충분히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전승절 행사 참석 건을 두고 물밑에서 일었던 북한과 러시아간의 미묘한 신경전과 정치적인 이해관계의 충돌이 북-러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최근 급속히 가까워진 북-러 관계가 김정은의 전승절 불참 결정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며 “올해 들어 중국이 북한에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는 러브콜을 북한이 수용해 만약 김정은이 러시아보다 중국과 먼저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면 북-러 관계가 상대적으로 냉각되고 북-중 관계가 복원되면서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도 전문가들은 김 제1비서의 러시아 전승절 불착 결정에 대해 △외교적인 자신감 부족 △러시아측이 북한이 요구한 경제·군사적인 협력을 거절 △전통적인 혈맹인 중국에 대한 외교적인 부담 △북한 내부의 정치적인 갈등 등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