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멍든` 리비아 진출 건설사 "사업재개 시급"

by이태호 기자
2011.05.17 14:21:17

신한·한일건설, 1분기 해외매출 반토막
"여행금지 연장에 전후복구 기회도 놓칠판"

[이데일리 이태호 기자] "물론, 안전이 가장 중요하죠. 하지만 조금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빨리 사업을 재개해야 합니다. 그만큼 피해가 막심합니다. 현지에선 들어오라 하는데, 여행금지국 지정 때문에 못 가는 실정입니다."

17일 리비아에서 건설사업을 벌여온 한 건설사 관계자는 리비아 사업 중단으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 신한㈜의 리비아 자위야 주택건설 현장
리비아 사태는 지난 2월 벵가지 반정부시위에서 발화됐다. 이후 3개월 넘게 무력충돌이 지속되는 동안 국내 건설노동자 대부분이 리비아를 떠났고, 텅 빈 공사현장은 현지 경비원들을 고용해 지키고 있다.

사업 중단으로 당장 받아야할 돈은 들어오지 않고, 인력은 놀릴 수밖에 없다보니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꼬여버린 자금스케줄은 유동성 불안을 키우면서 건설사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리비아에서 총 31억달러 규모의 사업을 진행해온 신한(005450)의 경우 올 1분기 매출이 178억원으로 전년동기(344억원) 대비 반토막났다. 해외공사 매출액이 99억원으로 1년 전 312억원의 3분의 1로 급감한 탓이다. 신한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리비아 사업을 벌여온 중견건설사다.

또 10억달러 규모 사업을 진행해온 한일건설(006440)은 1분기 매출액이 874억원으로 전년동기(1211억원) 대비 30% 가까이 급감했다. 558억원이었던 해외 매출은 258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고, 영업손익은 적자전환했다.



▲ 자료: 코트라 트리폴리KBC(수주계약액 기준)
정부는 이날 리비아 진출 건설업체들의 피해가 누적됨에 따라 내달중 P-CBO를 발행해  이들 업체에 우선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불가항력적인 상황 탓에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중소건설사들의 사정을 반영한 조치다.

하지만 가장 시급한 문제인 `사업 재개`는 아직까지 요원하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리비아에 대한 여행금지 기간을 오는 7월14일까지 2개월 연장했다. 내전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터키와 중국은 현재 정부 차원에서 현지 건설현장 인력 재투입을 고려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전후복구 사업 수주를 위해서라도 국내 건설사들의 사업재개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1, 4위 건설사 현대건설과 대우건설도 각각 26억달러와 18억달러 규모의 사업을 진행해왔지만, 회사 규모에 비해 피해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047040) 관계자는 "7개 사업장 중 4곳은 99% 이상 완료사업이고, 2곳은 미착공 상태였다"며 "미착공 사업의 선수금을 감안하면, 금액으로 추산할 수 있는 피해는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000720)도 "공사 중단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미미한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1분기 실적 영향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