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찔린 론스타…외환카드 소송 졌다(종합)

by백종훈 기자
2008.02.01 16:40:09

법원 "론스타측, 외환카드 인수 합병때 주가조작했다"
당혹스런 론스타 "항소"…감독당국 "외환銀 매각심사 유보"

[이데일리 백종훈기자]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 펀드가 외환카드 주가조작의혹 사건 소송(1심)에서 크게 패소했다.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와 론스타의 자회사로서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LSF-KEB홀딩스SCA, 외환은행 법인 모두에게 중형이 내려졌다.

하지만 론스타측이 항소할 뜻을 분명히 밝혀, 론스타와 검찰간 법정공방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권은 이번 판결이 또 다른 주요사건인 외환은행 헐값매입 의혹사건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법원 판결을 보겠다`며 론스타와 HSBC간 외환은행 대주주변경 승인심사를 미루고 있는 금융감독당국의 신중한 행보에 한층 무게를 더하게 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형사24부 이경춘 부장판사)은 유 대표에 대해 증권거래법 위반(주가조작) 혐의를 인정해 징역 5년에 법정구속 조치했다.

론스타의 자회사이자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LSF-KEB홀딩스SCA, 외환은행 법인에게도 양벌규정을 적용해 각각 250억원씩 총 500억원의 벌금에 처했다.

재판부는 유씨 등 론스타측이 외환카드 인수 합병과정에서 `사기적 부정거래`를 통해 이득을 취하고 시장을 교란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유씨 등 론스타측이 외환카드에 대해 합병 전 감자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그 가능성이 큰 것처럼 언론에 발표하는 방법으로 외환카드 주가를 하락시켜 외환은행 법인은 123억원, LSF는 100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유씨의 경우 외환은행의 론스타측 사외이사로서 외환은행 이사회에서 감자계획 발표 논의에 적극 가담하는 등 사기적 부정거래에 깊이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이 사건 피고인들은 단순히 감자설을 흘리는데 그친 것이 아니다"라며 "피고인들은 시장참여자들이 밑는 공신력있는 모회사(외환은행) 임원들로서 증권시장 등 우리사회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유씨의 국회증인 불출석 문제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했다. 또 유씨가 특수목적법인(SPC)의 수익을 이전해 조작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 판결을 내렸고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선 선고유예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유씨에 대한 혐의중 산업은행과 론스타간 공동출자회사 배임 혐의에 대해서만 무죄를 선고했다. 유씨의 조세포탈 혐의 관련 벌금에 대해선 선고유예가 내려졌다.
 


론스타측은 이날 판결 직후 항소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와 론스타측 변호를 맡은 장용국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는 "(유죄 판결에 대해) 실망스럽다.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유 대표가 법정구속된데 대해 심경을 묻자 "마음이 편치 않다. 더 이상 묻지 말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외환은행 노조는 "론스타는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이 없다"며 "조속히 지분을 분산매각하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어떤 경우에도 1심 판결 및 후속조치들이 또 다시 외환은행을 졸속 매각하는 빌미가 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사측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반응이다.

외환은행 홍보팀 관계자는 "사안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 힘들다"며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올 4월말까지 외환은행(004940)을 인수키로 론스타와 계약을 맺은 HSBC도 말을 아꼈다.

HSBC 관계자는 "아직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며 "조금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금융감독당국은 이날 판결후 기존의 신중한 입장을 되풀이했다.

홍영만 금융감독위원회 홍보관리관은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 유죄 결정이 내려지기는 했지만 향후 항소 여부나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사건' 등 법적 불확실성이 없어진 게 아니다"라며 "따라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심사는 계속 유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HSBC는 지난해 9월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인수계약 체결 후 12월에 감독당국에 인수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HSBC는 오는 4월말까지 승인을 얻어 외환은행 인수를 매듭짓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감독당국은 현재 진행 중인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과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사건'의 확정판결 이후에 론스타-HSBC 매각 문제를 심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