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종석 기자
2005.02.25 17:14:19
[edaily 이종석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어느덧 중견 대통령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임기 5년에서 3년차면 중견의 견장을 달만 합니다. 군대 용어로 지난 1~2년을 신참이라 한다면 올해와 내년은 중참이고, 마지막해는 갈참이 됩니다.
중견 견장을 받은 올해가 노 대통령에게는 가장 중요한 한 해입니다. 방법을 몰라서, 서툴러서, 익숙치 못해서 풀지 못했던 문제들을 이제는 스스로 터득한 노하우로 해결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언급한 "많이 느끼고 많이 배운" 기간은 지난 2년으로 족합니다. 이제는 실행의 단계입니다.
노대통령이 잡은 실행의 화두는 "선진"입니다. 국회 연설에서 노대통령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론 등 모든 분야 앞에 "선진"이라는 접두어를 달았습니다.
선진(先進)은 말그대로 "앞서 나간다"는 의미입니다. 앞서 나가는 것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 온 지난 2년의 경험을 토대로 새로이 앞서가는 길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갈라진 민심을 추스리고, 양분된 의견을 모아 이제 제 길을 찾아가겠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지난 2년간 얼마나 힘드셨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지난 기간 국민들이 얼마나 힘들었는 지를 잘 알고 있다는 엄숙한 자문이자 반성으로 들립니다.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면 풀어야 합니다.
지금 거리에는 하루하루가 살기 힘든 사람들, 경제·사회적으로 낙오해 절망에 빠진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단군 이래 최악의 경제난이라는 소리가 자연스럽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 2년차 평가에서도 낙제점수를 받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는 그 어떤 가치보다 앞섭니다.
이런 측면에서 대통령이 "선진"의 첫 대상을 경제로 정했고, "선진경제"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피력한 것은 정확한 해법입니다.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한 것도 해법의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보여준 이같은 확신과 자신감을 믿고 싶어 합니다. 이를 실현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확신과 자신감은 실천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실행이 없는 확신과 자신은 곧바로 실망과 패배감으로 전환됩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통령은 여러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양극화를 해소하고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밝혔습니다. 중소기업을 살리고 복지분야도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옳은 얘기이고 타당한 방법입니다. 문제는 실행입니다.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야 합니다. 그것이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고 과거를 극복하는 길입니다.
대통령이 추구하는 부문별 개혁과 과거 청산도 경제가 망가지면 불가능합니다. 반대로 경제가 살아나면 그 어려웠던 과거는 모두 영예로운 수련기간으로 치환될 것입니다.
국민들은 지난 2년의 경험을 토대로 대통령이 하나도 경제, 둘도 경제, 셋도 경제라는 해결책을 제시해주길 바랍니다.
지난해 대통령은 "호랑이처럼 보고 소처럼 걷는”호시우행(虎視牛行)의 길을 가겠다고 했습니다. 중견의 자리에 오른 이 시점, 호시우행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제부터는 호시호행(虎視虎行)해야 합니다. 호랑이처럼 보고 말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호랑이처럼 실천해야 합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변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