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회장 "중대재해, 처벌이 능사 아냐…정치권 타협 필요"(종합)

by공지유 기자
2024.01.29 11:57:18

손경식 경총 회장, 29일 신년 기자간담회
"영세기업 대표 구속되면 회사 무너져"
"예방에 초점 맞춰야…보완입법 필요"
"노동시장 선진화, 사회적 공감대 중요"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중소기업의 경우 중대재해가 일어나 영세기업 대표가 구속된다면 그 기업은 무너지게 됩니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닌 만큼 재해 예방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도록 하루빨리 보완 입법이 추진돼야 합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연장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무산되며 지난 27일부터 영세사업장에 해당 법안이 적용됐다. 경제계에서는 법 적용 유예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야는 다음달 1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법안에 대한 협상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손 회장은 “중대재해법에 의하면 의무를 다하지 못할 경우 처벌하도록 돼 있는데, 외국 투자기업의 임원이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한국을 오기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있다”며 “너무 처벌 위주로 가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도 “중대재해처벌법 공포 이후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 유예기간이 있었는데, 현실을 보니 3년을 유예했음에도 중소기업은 안전관리자를 둘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며 “2년 정도 더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처벌이 아닌 예방에 초점을 맞춘 보완입법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손 회장은 “문제는 중대사고를 어떻게 예방하느냐 하는 것이지, 처벌을 함으로써 예방하도록 한다는 건 안이한 생각”이라고 거듭 강조한 뒤 “경총 역시 올해 중대재해 예방 매뉴얼을 만들고, 사전 컨설팅도 하는 등 예방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총은 중대재해 발생 위험이 큰 분야를 중심으로 산업재해 예방활동 강화를 위해 ‘중대재해 예방 실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산업현장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또 안전역량이 부족한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안전관리 매뉴얼 보급 등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손 회장은 이날 “중대재해처벌법을 비롯해 노사관계 등에서 국회의 타협이 부족한 점이 매우 아쉽다”며 “글로벌 시대에 국제 경쟁이 예고되는데, 국제적 관행과 규칙을 이해하고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왼쪽)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동근 경총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올해 경제전망에 대해 손 회장은 “지난해보다 조금 나아져 2.5% 정도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다만 중국 경제가 좋지 않고미국도 크게 만족할 만한 성장률은 아니어서 크게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올해 경총이 역점을 두고 있는 지점은 노동개혁이라고 밝혔다. 손 회장은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수준으로, 노동개혁을 위해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기술혁신을 비롯한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우리 노동시장의 낡은 법·제도를 개선하는 노동시장 선진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손 회장은 이어 “이를 위해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노동개혁이 결코 기업에만 유리한 것이 아니라 내수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모든 국민에게 고른 혜택이 돌아간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라며 올해 노동개혁 추진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