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엘리엇 소송' 판정문 공개…"혈세 지출 방지하겠다"

by이배운 기자
2023.06.23 16:28:46

합병 찬성→주주손해 ''인과관계'' 인정
"판정 내용 면밀히 분석해 대응할 것"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국제중재기구는 우리 정부가 국민연금 의결권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삼성물산 주주들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엘리엇 로고
법무부는 23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정부와 엘리엇의 투자자 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판정문 요지를 공개하며 “국민의 세금이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판정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중재판정부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에 대한 확정 판결문을 인용해 국민연금이 사실상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관해 캐스팅 보트를 가지고 있어 국민연금의 표결과 삼성물산 주주들의 손실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또 국민연금의 행위가 우리 정부에 귀속된다고 판단했다. 국민연금은 법률상 국가기관은 아니지만, 국가에 귀속되는 ‘국민연금기금’을 관리·운용하면서 정부와 기능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된 점, 보건복지부 지시에 따라 행동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사실상 국가기관으로 본 것이다.

다만 중재판정부는 합병 부결 시 예상되는 삼성물산 주식의 가치를 기준으로 손해를 산정해야 한다는 엘리엇 측 주장을 물리치고, 삼성물산 실제 주가를 기준으로 손해를 산정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주장을 인정했다.



앞서 엘리엇 측은 우리 정부가 7억7000만달러(약 9917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중 7%인 5358만6931달러(약 690억원)만 인정된 이유다.

법무부는 정부대리로펌 및 전문가들과 판정 내용을 면밀히 분석한 뒤 후속 대응 방안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중재 당사자는 절차의 심각한 일탈,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판정 선고일로부터 28일 이내에 중재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부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및 절차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관련 법령과 중재판정부의 절차 명령에 따라 판정문 등 본 사건 관련 정보를 최대한 공개해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