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DP'가 과장?" 폭행·따돌림에 해군 일병 극단선택

by이용성 기자
2021.09.07 11:42:12

군인권센터 7일 기자회견
해군서 집단 따돌림·구타로 장병 극단 선택
센터 "군 관계자 상황 알고도 방치"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해군 강감찬함에서 선임병 등으로부터 집단 따돌림과 구타, 폭언을 겪은 병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시민단체는 함 내 관계자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도 피해자를 방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강감찬함(사진=연합뉴스)
군인권센터는 7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군 내에서 선임병들로부터 집단 따돌림과 폭행, 폭언 피해를 호소하던 장병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함장 등 간부들은 상황을 인지하고도 사실상 방치했다”고 폭로했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입대해 지난 2월 강감찬함에 배속받은 고(故) 정모 일병은 부친상으로 2주간 청원 휴가를 갔다 온 뒤부터 선임병 등에게 집단 따돌림을 겪었다.

센터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꿀 빨고 있다”라며 정 일병을 따돌렸고, 업무에 미숙하다는 이유로 밀쳐 넘어뜨려 폭행하거나 폭언과 욕설을 지속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구타 가해자로 지목된 선임병은 2~3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는 지난 3월 16일 함장인 방모 대령이 정 일병의 신고를 처음 받고, 집단 가혹행위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함장은 피·가해자 분리를 하지 않았고, 정 일병의 보직만 바꿨다”며 “정 일병이 함 내에서 가해자들과 마주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소장은 “3월 26일 정 일병이 자해시도를 했음에도 함장은 ‘가해자들을 불러 사과받는 자리를 갖자’고 제안했다”며 “승조원들끼리 계속 붙어 있어야 하는 해군의 특성상 화해시키는 명목으로 한 자리에 불러 사과시키는 것은 엄연한 2차 가해로 매우 부적절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센터는 정 일병이 4월 6일이 돼서야 하선할 수 있었고, 민간병원에 위탁 진료를 받으며 정신과 입원했다고 전했다. 이후 퇴원한 정 일병은 휴가 중이었던 지난 6월 18일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단체는 “지난 7월 26일 중간 수사브리핑에서 사건을 맡은 해군 3함대 군사경찰대는 함장 등의 변명만 유가족에 전달했고, 정 일병이 입대 전에도 자해 시도를 한 적이 있다는 사건과 무관한 내용도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 소장은 “강감찬함은 가해자들을 ‘군기지도위원회’에 보냈다”며 “가해자들을 하선시켜 수사하기는 커녕 군기지도위원회에 회부하고 마무리 지어 사건을 덮어버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정 일병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것은 명백한 군의 책임이다”라며 “군 관계자가 정 일병을 방치했고, 잡음 없이 사건을 묻고 가기 위해 가해자들도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전날 국방부가 군 내 부조리를 적나라게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에 대해 “휴대전화 사용 등으로 악성 사고가 은폐될 수 없는 병영환경으로 현재 바뀌어 가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 센터는 “껍데기만 바뀐 것”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임 소장은 “사망 이르게 된 시기가 공군 이 중사 사망 사건으로 군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을 때”라며 “매번 군에서 사람이 죽을 때마다 어떻게든 사건을 무마, 은폐해 책임질 사람을 줄여보려는 군의 특성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해군은 즉시 가해자들의 신상을 확보하고, 강감찬함 함장, 부장 등을 소환해 수사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