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로스팅 도입하는 커피업계…스타벅스는 왜 안할까

by이성웅 기자
2020.12.17 11:00:00

커피빈, 매장 내 소형 로스팅 기기 도입
이디야, OEM 방식 벗어나 6000t 규모 자체 공장 세워
스타벅스, 매장 많은 미국·중국서만 자체 로스팅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커피전문점 업계가 원두 로스팅에 변화를 주고 있다. 자체적으로 원두를 로스팅해 원두의 맛과 신선도를 높이려는 시도다. 이는 국내 커피 소비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할 수 있는 방법도 된다.

17일 커피전문점 업계에 따르면 커피빈은 최근 프리미엄 매장인 광화문 CBTL에 소형 원두 로스팅 기기를 도입했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커피빈이 매장에 로스팅기기를 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도입한 원두 로스팅 기기 ‘로스트’(ROEST)는 와이파이와 결합한 스마트 소프트웨어를 통해 미리 설정해둔 정보를 기반으로 언제나 동일한 상태로 원두를 로스팅해 제공한다.

원두 로스팅 기기하면 떠오르는 대형 기기가 아니라 한번에 100g 정도를 볶을 수 있는 소형기기다. 커피빈은 로스트로 갓 볶은 다섯 가지 원두를 판매한다. 콜롬비아, 브라질,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등 다양한 원산지의 원두가 포함됐다. 로스팅 된 원두는 당일 날짜가 표시된 패키지에 담겨 제공된다.

커피빈 광화문점에서는 로스트 도입을 기념해 이벤트를 진행한다. 오는 21일까지 매장에서 생두를 로스팅 하면 원하는 원두로 내린 드립커피 1잔을 무료로 증정한다.

추후엔 광화문점 외 다른 CBTL 매장에도 로스트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보다 앞서 이디야커피는 연간 6000톤(t) 규모의 생두(볶기 이전의 커피콩)를 볶을 수 있는 자체 로스팅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문을 연 이디야 ‘드림팩토리’에는 세계적 로스팅 기기 제조사인 스위스 ‘뷸러’와 독일 ‘프로밧’의 최신 설비가 갖춰졌다.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이 지난 4월 드림팩토리 준공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이디야커피)
드림팩토리 가동 전까지 이디야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가맹점에 원두를 공급해왔다. 이제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두를 직접 생산할 수 있음은 물론 스틱커피나 믹스커피 등도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디야커피는 드림팩토리 준공에 맞춰 매장에 공급되는 원두도 개선했다. 이디야커피의 원두 교체는 지난 2016년 4월 이후 4년 만이다. 전국 가맹점에서 소비자들에게 검증 받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4년의 연구개발 과정과 약 1000회 이상의 시험을 거쳐 차별화된 블렌딩 비율과 로스팅 기술을 완성했다.

이처럼 커피전문점 업계가 자체 로스팅 시설을 갖추는 이유는 로스팅이 커피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임과 동시에 더 신선한 커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에서 로스팅 된 원두를 공급받는 업체의 경우 배송기간 등을 고려해 주로 산화가 느린 ‘강배전’ 방식으로 생두를 볶는다. 강배전의 경우 원두를 바싹 볶는 기법으로 라떼나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데 적합하지만 쓴맛이 강하다. 스타벅스에서 사용하는 원두가 대표적인 예다. 스타벅스의 경우 미국에서 원두를 수입하고 있다.

반면 자체적으로 생두를 볶을 경우 보관기간이나 배송기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쓴맛 외에 다양한 커피의 맛을 낼 수 있는 ‘중배전’도 쓸 수 있다.

국내 스타벅스의 경우 아직까지 자체 로스팅 시설을 만들기엔 매장 수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글로벌 스타벅스 중 자체 로스팅 시설이 있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뿐이다. 미국은 약 1만4000개, 중국은 4300개가량의 매장을 갖추고 있다. 국내는 매장 수가 1400여개에 불과하다.

커피빈 광화문점에 도입한 원두 로스팅기기.(사진=커피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