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순용 기자
2020.07.27 10:59:08
전기생리학 기반, 스스로 발전하는 세포 … 세포 안팎 전위차 커야 통증 억제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전기자극요법이 국내에 도입된 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낯설어 하는 이들이 많다. 약물이나 수술적 절개 없이 전기로 병변을 자극해 치료한다는 개념이 낯설기 때문이다. 전기자극치료는 이탈리아의 생리학자 루이지 알로이시오 갈바니(Luigi Aloisio Galvani)가 최초로 개발했다. 그는 전기적 자극으로부터 유도되는 생체 기능이 근육에 장기간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전류가 근육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를 근거로 1960년대 소련은 운동선수의 훈련과 근육통 등에 전기자극을 가하는 전기자극치료를 진행했고, 1970년대에는 서양의 많은 학회에서 이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때까지의 전기치료는 근육의 움직임을 유연하게 만들고 근육통을 줄여주는 물리요법을 일환으로 전기근육자극요법(Electrical muscle stimulation, EMS 또는 neuromuscular electrical stimulation, NMES)이 사용됐다.
이후 의료용 전기치료기기가 고주파·저주파·극초단파 등을 낼 수 있도록 발전하면서 근육뿐만 아니라 피부·지방층·혈관·신경 등 병변의 위치와 병증에 맞춰 전기자극을 줄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약물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어려운 만성통증질환의 치료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통증을 개선하는 데 널리 사용되는 스테로이드 주사제를 장기간 사용할 경우 통증악화·고혈압·당뇨병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대안으로 부작용 적은 전기자극치료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전기자극 통증치료의 근거는 전기생리학 이론에 기반한다”고 설명했다. 전기생리학에 의하면 세포는 하나의 배터리처럼 전기를 일으키는데, 이를 통해 세포대사가 이뤄진다. 이때 세포가 만들어낸 에너지의 50~60%는 원활한 전기 생성을 위해 세포막의 전위를 유지하는 데에 사용된다.
정상적인 세포는 세포막의 전위 차이가 -70mV 좌우의 정지전위(resting membrane potential)를 띠고 있다. 하지만 세포가 병들게 되면 충분한 전기 에너지가 만들어지지 않아 전기량이 적어지면서 세포활성도가 낮아진다. 세포대사가 잘 이뤄지지 않아 주변에 림프액찌거기(림프슬러지)가 쌓이면서 염증이 생기고 통증이 시작된다. 심 원장은 “-30~-40 mV로 막전위가 낮은 세포를 방치하면 그 부위에 염증으로 인한 섬유화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며 “장기화되면 만성 피로현상 및 만성질환을 부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위가 낮아진 세포를 전기로 직접 자극하면 낮아진 전위를 높일 수 있다. 일종의 세포의 충전이다. 전기치료는 약물 투여나 절제 없이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전기자극이 세포에 닿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단점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존 ‘경피적전기신경자극기’(TENS)보다 훨씬 깊이 전류를 흘려보내 병변을 직접 자극하는 ‘호아타요법’ 등이 개발돼 치료 효과를 빠르게 볼 수 있다.
호아타요법은 기존의 전기자극기보다 10배 높은 1500~3000V 고전압으로 피부 저항을 뚫고 100~800나노암페어(㎁)의 미세전류를 흘려보낸다. 병변에 닿은 전류는 세포를 충전해 전위를 정상으로 돌려주고, 세포 주변에 고인 림프슬러지를 녹여 통증을 개선한다.
심영기 원장은 “세포의 안팎 전위차가 클수록 ‘전인현상(electrotraction) 때문에 호아타요법 시 찌릿한 전기자극이 느껴진다”며 “이를 활용하면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잡아내지 못한 병변 부위를 진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