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편안함의 끝판왕..렉서스 ES300h
by남현수 기자
2018.12.10 11:18:23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에는 ES라는 가장 잘 팔리는 상징적인 모델이 있다. 렉서스는 2000년 국내 런칭했다. 이듬해 ES는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에 이름을 올렸다. ‘강남 쏘나타’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많이 팔렸다. 렉서스의 ‘편안함’과 ‘정숙성’을 느껴보고 싶다면 ES를 타면 된다.
렉서스 ES의 국내 판매량은 꾸준하지만 2010년 이후부터는 이전만큼 많이 판매되진 않는다. 디젤 광풍이 불면서 디젤을 앞세운 독일 수입차 선호도가 높아졌다. 렉서스의 편안함이나 정숙성보다는 독일산 수입차의 스포티한 주행감각과 하이브리드만큼 연비가 좋은 디젤차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아져서다. 7세대 ES는 이런 독일차의 장점을 보강하고 잘하는 것은 더 발전하면서 새롭게 거듭났다.
최근 렉서스는 과감한 디자인을 시도하고 있다. 플래그십 대형 세단 LS부터 ES, GS, IS 심지어 SUV 라인업인 RX, NX 할 것없이브랜드의 상징으로 '스핀들 그릴'을 적용한다.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린다. 10여년 전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괴기스러운 디자인이라는 악평이 잇따랐다. 디자인이 젊어진 것을 칭찬하는 것보다 괴상한 디자인을 소비자에게 강요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면서 정제되고 세련됨으로 발전을 했다. 실제 ES를 마주하면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기존 6세대 모델보다 디자인이 훨씬 가다듬어졌다. ES 디자인은 하이브리드 차량이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든다. 오히려 역동적이고 스포티하다. 전고가 이전 모델에 비해 5mm 낮아졌다. 수치상으로는 얼마 안되지만 눈으로 보이는 차이는 크다. 하이브리드 차량답게 배기구는 리어범퍼 안쪽으로 숨겼다.
렉서스 ES는 플랫폼을 도요타 캠리, 아발론과 공유한다. 대신 실내공간은 이런 대중 브랜드 차량과는 완전 딴판이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고급스럽다. 이전 모델에 비해 50mm 길어진 휠베이스는 온전히 2열공간에 활용했다. 손에 닿는 대부분이 질감 좋은 가죽으로 감싸져 있다. 심지어 계기반 윗부분까지 가죽으로 마감했다. 곳곳에 보드러운 우레탄이 적용된 부분도 있지만 마감 실력이 뛰어나 만져보지 않고는 가죽으로 착각할 정도다. 이게 바로 독일차와 다른 렉서스의 감성 품질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내 인테리어에서 최대 단점은 터치가 안 되는 12.3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다. 인포테이먼트 시스템을 조작하기 위해서는 온전히 렉서스 리모트 터치패드에 의존해야 한다. 일반적인 사용에서는 그럭저럭 참으면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설정할 때는 인내심의 한계가 온다. 관련 동호회에도 사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며칠 타는 시승이 아닌 오너들의 목소리 역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2열에 앉아 봤다. 무릎공간도 넓고 헤드룸도 넉넉하다. 장거리 이동에도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시트 재질이나 착석감을 나무랄 곳이 별로 없다. 트렁크 공간은 하이브리드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상상외로 넓다. 배터리의 위치를 2열 시트 아래로 옮긴 덕분에 온전하게 트렁크 공간을 확보했다. 골프백 4개가 충분히 들어간다. 트렁크와 실내 공간 사이에는 ‘V’자 모양의 버팀대가 존재한다. 차체 강성 확보를 위한 선택이다. 이 때문에 2열시트는 폴딩이 되지 않고 스키 스루만 가능하다.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기술은 부족함이 없다. 7세대 ES300h에는 렉서스의 4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다. 모든 면에서 이전 모델에 비해 진화했다. 2.5L 엔진은 최고출력 178마력을 내고 전기모터가 힘을 보탠다. 시스템 최고출력 218마력을 발휘한다. 시승 내내 넉넉한 힘이 느껴진다. 무단변속기도 이질감 없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무엇보다 꾹꾹 밟아도 공인연비 17km/L 이상 나와 기름값 걱정을 줄인다.
ES300h의 최대 강점은 편안한 승차감이다. 앞 맥퍼슨, 뒤 더블위시본의 서스펜션과 쇼크업쇼버에 장착된 '스윙 밸브'는 잔진동을 제대로 흡수하는 신기술이다. 차체의 움직임이 거의 없는 저속이나 고속 크루징 상황에서의 미세한 진동까지 걸러낸다.
이전 세대보다 월등히 좋아진 부분은 핸들링 성능이다. 독일산 수입 세단이라고 믿을 정도로 탄탄하다. 스포츠카 같은 민첩함은 아니지만 운전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원하는 만큼 움직여준다. 좌우 롤도 많이 억제돼 있다. 와인딩에서 불안함이 없다. 배터리의 위치가 낮아진 것도 스포티함을 더하는데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핸들링 성능에 놀란 마음을 추스리기도 전에 이 차가 시종일관 조용하고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다는 게 새롭게 느껴진다. 과격하게 스티어링휠을 조작해도 차는 부드럽게 반응한다. 2000년대 미국차 같은 마냥 부드러움이 아니라 탄탄한 부드러움이다. 요철을 조금 높은 속도로 넘어봐도 차는 뱀처럼 스르륵 넘어간다.
렉서스 ES에는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가 장착된다.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차선추적 어시스트,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 오토매틱 하이빔이 여기에 속한다. 이를 이용해 반자율 주행이 가능하다. 차선 중앙까지 인식해 수준급으로 운전을 돕는다. 장거리 주행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렉서스 ES300h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7km, 프리미엄 수입 중형 세단이지만 국산 경차보다 더 높은 연비를 보여준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출시할 때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그 중 최상위 트림인 이그제큐티브 트림은 인증 문제로 내년에 출시된다. 이그제큐티브에는 풀 LED 헤드램프와 동반석 메모리 시트, 마크 레빈슨 오디오가 달린다.
미국에 출시된 ES에는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가 적용된다. 국내 사양에는 빠졌다. 한국 소비자를 무시(?)하는 부분일까. 최근 신차에는 기본 사양으로 장착되는 기능이 ES300h에는 없는 셈이다. 심지어 쉐보레 스파크에서도 사용 할 수 있는 기능이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가 적용되면 터치가 안되는 디스플레이의 단점이 보완됐을 수도 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렉서스는 ES300h의 정숙성과 편안함에 핸들링과 스포티함을 가미했다. 게다가 효율 높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고유가 시대에 연비까지 잡았다. 편안함이 자동차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요소라면 적극 고려해 볼 만 하다.
: 편안하고 정숙한데다가 스포티함까지 갖췄다. 공인연비(17.0km/L) 이상 나오는 건 덤
: 한국만 차별하는 것 같은 옵션 구성, 터치가 안되는 디스플레이는 불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