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사건팀 기자
2017.02.12 17:00:31
헌재 탄핵심판 선고 임박, 세 대결 양상 격화
조기 대선 가시권 접어들자 정치권도 가세
탄핵심판 이후 대통합은 커녕 후유증 불가피
[이데일리 사건팀] 매서운 칼바람 탓에 체감온도가 영하 15도까지 떨어진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월대보름인 이날 수도 서울의 행정·문화 중심인 이곳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과 탄핵 원천 무효를 주장하는 ‘태극기’의 함성이 엇갈렸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탄핵·특검연장’을 요구하는 15차 촛불집회가, 대한문 앞에서는 탄핵 기각을 위한 12차 태극기 집회가 각각 열렸다.
박 대통령 탄핵 심판 최종 선고가 다가오면서 양측의 세 불리기와 갈등 대립 양상은 시간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극단의 대립관계 속에서 양측은 헌재가 기각과 인용 중 어떤 결론을 내리든 결과를 수용하는 대신 반발할 공산이 커 보인다. 촛불과 태극기로 갈린 대한민국은 표류 중이다.
헌재는 국회와 대통령 측에 ‘최종의견서’를 오는 23일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한 상태다. 22일까지 변론 기일을 잡은 헌재가 이날 마지막으로 변론을 종결하고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 퇴임일 전인 3월 초 탄핵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헌재의 최종 선고 시점이 다가오면서 탄핵 찬반 양측의 움직임도 더욱 긴박해지고 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5차 촛불집회에 앞서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탄핵 즉각 인용! 특검 연장! 2월 총집중으로 박근혜 없는 봄을 만들자”고 촉구했다. 퇴진행동은 “박 대통령 측이 탄핵 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아 거짓과 어둠에 맞서 거리로 다시 모이자”고 호소했다.
이날 서울 75만명을 포함 전국에서 80만 6000명(주최 측 추산·연인원 기준)의 시민들이 거리에 나섰다. 정유년 새해 최대 규모이자 지난 14차 촛불집회 최종 집계 인원(42만 5000명)의 2배 수준이다.
이에 맞서 서울 대한문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도 역대 최대 인파가 몰렸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50여개 보수성향 단체가 모인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12차 태극기 집회에 210만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을지로입구역에서 서울광장, 플라자호텔까지 약 500m 구간이 태극기와 성조기, ‘선동탄핵 원천무효’ 손팻말을 든 중·장년층들로 가득 찼다.
양측 집회 참가자 수가 갈수록 늘면서 경찰은 충돌 가능성을 우려해 양쪽 집회 현장을 차벽으로 분리하는 한편 사전 허가시 행진 구간 및 집회 장소가 중복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번 달을 비상시국으로 선포한 퇴진행동 측은 오는 18일과 25일 전국 집중 촛불집회를 계획 중이다. 특히 박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민중총궐기 행사를 열고 조기 탄핵 인용을 위한 총력전을 전개할 방침이다.
탄기국도 총력 결집을 예고했다. 탄기국 측은 “자유총연맹, 애국단체총연합 등이 결합해 3월 1일 최대 인파 수준의 총력 집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기 대선이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여야 정치권이 이해 관계에 따라 촛불과 태극기간 대결 양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차 촛불집회에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이재명 성남시장 등 대선주자들이 참석해 조기 탄핵을 촉구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우상호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노회찬 원내대표 등 야권 지도부도 총집결했다. 이에 맞서 윤상현·김진태·조원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태극기 집회에서 ‘선동탄핵 원천무효’를 외쳤다.
문 전 대표는 “대통령의 조속한 탄핵을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이 다시 광화문에 모였다”며 조속한 탄핵안 인용을 촉구했고 추 대표도 “탄핵심판 제도는 헌법 질서를 복구하기 위한 헌법상 제도인 만큼 그 취지에 어긋남이 없이 신속하게 결론이 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태극기 집회에 참여한 친박 의원들은 ‘선동과 음모’ 등 탄핵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윤상현 의원은 “국회의 탄핵은 무리한 졸속의 탄핵안이었다”며 “대한민국은 적법한 절차없이 검찰의 공소장과 언론의 보도를 보고 탄핵안을 가결했다. 박 대통령은 한 푼도 챙기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전 세계 역사에 유례없는 잔인무도한 짓을 태극기 힘으로 몰아내자”고 촉구했고 조원진 의원은 “대통령이 무너지면 대한민국 안보가 무너지고 노동현장은 민주노총이, 교육현장은 전교조가 장악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이 광장에 모인 민심을 각자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핵 심판 이후 국민대통합은커녕 세대와 이념의 분열 양상 등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직접 민주주의의 핵심은 자발성”이라며 “미래 지향적으로 가는 과정의 핵심은 세대 간 갈등이다. 서로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더해야 분열과 갈등으로 번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