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檢 통제 의지 드러낸 靑…우병우 후임에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

by성세희 기자
2016.10.30 19:59:45

이명박 전 대통령에 BBK사건 면죄부 준 뒤 MB정부서 승승장구
세월호 사건 당시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 변사체 발견 책임 지고 사임
퇴직 후에도 로펌 대신 법무연수원 석좌교수직 택해 공직복귀 노려

[이데일리 성세희 김영환 기자] 청와대가 30일 ‘최순실 게이트’를 타개할 카드로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진 대거 교체를 선택했다. 우 수석 후임으로 임명된 최재경(54·) 전 인천지검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당시 이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준 이른바 ‘BBK 검사’다.

검찰 내에서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최 전 지검장은 2007년 12월 이 전 대통령 관련 비리 의혹 수사를 담당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최 전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 이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과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선 직후 주가 조작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BBK 실소유주로 의심받았다. 최 전 지검장은 이 전 대통령 사건을 모두 무혐의 처분한 뒤 승승장구했다.

이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2008년 대검 수사기획관으로 자리를 옮긴 최 전 지검장은 이듬해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를 역임했다. 그 후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최 전 지검장은 2011년 검찰에서 최고 요직으로 꼽히는 대검 중수부장에 올랐다. 서울중앙지검·법무부·대검찰청 고위직은 검찰 내에서 승진 지름길로 여겨진다.

그러나 최 전 지검장은 실력 있는 ‘특수통’ 칼잡이로 명성이 높았지만 ‘BBK 검사’란 꼬리표가 계속 따라다녔다. 당시 이 전 대통령 캠프에 있던 최병렬(78) 전 한나라당 상임고문 조카란 사실도 논란이 됐다.

결정적으로 최 전 지검장의 발목을 잡은 건 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사고 후 유 전 회장 검거에 실패하고 유 전 회장이 변사체로 뒤늦게 발견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검찰 출신 고위직이 대형 법무법인(로펌)으로 직행하는 관행과 달리 최 전 지검장은 개인 사무소를 열고 활동했다. 대검 중수부장 출신은 대형 로펌과 대기업에서도 최고 대우를 받는다. 그러나 최 전 지검장은 전관예우 규제 시한이 끝난 지난해에도 로펌이 아닌 법무연수원 석좌교수직을 택해 공직 복귀를 노렸다.

공직사회를 노크해온 최 전 지검장의 노력은 결국 2년여 만에 빛을 발했다. 청와대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으로 악화한 여론을 반전할 카드로 최 전 지검장을 민정수석에 낙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최 전 지검장이 공직 생활에 미련이 많아서 언제든 다시 돌아가려고 했다”라며 “대형 로펌에 취직하면 공직에 복귀했을 때 고액 수임료 논란 등 구설수에 오를 수 있어서 피한 걸로 안다”라고 말했다.

최 전 지검장 낙점 소식에 야당은 크게 반발했다. 대표적인 정치검사로 꼽히는 최 전 지검장을 민정수석에 낙점한 것은 청와대가 검찰을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피력했다는 것이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청와대가 우 수석을 대신해 또 다른 정치검사를 후임자로 선정해 검찰을 통제하려 한다”고 말했다.